증시에 상장된 819개사 정기 주주총회가 25일 일제히 열렸다.
12월 결산 상장법인 1975개사 가운데 40%가 넘는 회사가 이날 하루 동시에 주총을 개최했다. 삼성, LG, 현대차 등 주요 그룹 주총이 이미 끝난 것과 달리 이날은 금융권과 두산그룹, 코오롱그룹,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주총이 열렸다.
819개사를 시장별로 보면 유가증권시장이 322개사, 코스닥시장이 484개사, 코넥스시장이 13개사다. 다음주 아시아나항공, 미래에셋증권 등 589개사 주총이 열리면 대부분 상장사 연례행사는 마무리된다.
25일 주총에서 주목을 끈 회사는 4세 경영시대를 연 두산이었다. 두산은 이날 오전 충무아트홀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한 데 이어 이사회를 열고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의장으로 선임했다.
지주사인 두산 이사회 의장이 그룹 회장직을 수행해 왔던 관례에 따라 박정원 회장은 박용만 회장에 이어 두산그룹 총수에 오르게 됐다. 이로써 두산그룹은 오너 4세 경영시대를 열게 됐다.
최근 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도 관심을 모았다. 이날 주총에서는 최길선 대표이사 회장과 권오갑 대표이사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또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홍기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조선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지난 2년간 막대한 적자를 냈지만 최 회장과 권 사장이 비상경영과 체질개선 등을 통해 흑자 전환을 이뤄낼 것으로 믿고 재선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금융지주 등 금융사도 잇따라 주총을 열고 사외이사와 배당액 등을 확정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주총에서 윤종남, 박문규, 송기진, 김인배, 홍은주 이사를 재선임하고 박원구 서울대 특임교수는 사외이사에서 하나금융투자로 자리를 옮긴 이진국 사장을 대신해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사내이사로는 김병호 하나금융 부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새롭게 이사회에 진입했다. 배당액은 1480억원으로 주당 500원이다. 작년 8월 중간배당을 포함한 배당성향은 21.2% 수준이다.
KB금융지주는 최영휘, 유석렬, 이병남, 박재하, 김유니스경희, 하종수 이사 6명의 연임을 확정했다. 올해 배당액은 3786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던 2014년의 3013억원을 뛰어넘었다. 주당 배당금도 지난해 780원에서 올해 980원까지 끌어올렸다. 배당성향은 22.3%다.
우리은행도 주주총회를 열어 새 사외이사로 이호근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와 김성용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교수 선임을 승인했다. 새 사내이사로는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과 남기명 국내그룹장이, 지난해 말 김준기 이사 사퇴로 공석이 된 비상무이사로는 최광우 예금보험공사 홍보실장이 새로 선임됐다.
증권업계의 경우 NH투자증권이 새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이정재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과 박상용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를 선임했다.
한국금융지주는 김남구 부회장과 김주원 사장이 등기이사로 재선임됐고 이강행 부사장이 새로 등기이사를 맡았다. 김남구 부회장은 주총 직후 “회사를 키우려고 현대증권 인수 참여를 검토하는 것”이라고 말해 현대증권 인수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미래에셋증권과 합병이 예정된 KDB대우증권은 일부 소액주주 반대 발언이 나오면서 주총이 1시간 이상 진행됐다.
대우증권 새 사외이사에는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이 선임됐다. 황 전 회장은 작년 3월부터 미래에셋증권 사외이사를 맡아와 합병을 앞둔 양사가 사전 의사교환을 거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