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정책을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만든다면, 누구에게도 공감을 얻기 힘들 것입니다. 체계적이고 정교하게 계획하고, 진행해야 합니다. 그런 일을 앞으로 하겠습니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지명된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은 28일 대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대강당에서 이임식을 가진 뒤 전자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 정책이 좋은 의도로 추진됐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혼란을 주는 때가 있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신 원장은 이날 같은 당 비례대표 2번인 오세정 서울대 교수와 함께 국민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신 위원장은 “과학기술은 미래 변화를 주도하고,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라며 “과학기술이야말로 미래 일자리, 복지를 여는 처방전”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외 정세도 혼란스럽고, 지금 상황이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두렵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과학기술계가 국가 미래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신 위원장은 “과학기술계에 연간 19조원 예산이 투입되지만, 이슈가 생기면 짜깁기 하듯 예산을 편성하고 만들어간다”며 “이제는 큰 그림을 그려 체계적으로 정책을 만들어 갈 때”라고 조언도 내놨다.
신 위원장은 꼭 바꾸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과학기술인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게 모자란 것 같다”며 “지금은 연구원이 부속품 같다는 생각을 많이들 한다”고 답했다.
신 위원장은 또 “현장감이 떨어지는 정책은 아무리 좋은 의도로 추진하더라도 폐단이 나타나고 규제로 작용한다”며 “전문 연구자 경험을 살려 이를 걸러내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여성과기인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았다. 경력 단절을 막을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시간선택근무제나 재택근무, 보육시설 운영시간 탄력적인 적용 등을 통해 경력단절을 막고, 다른 한편으론 여성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신 위원장은 이날 이임사에 앞서 “비례대표 발표 전날 수락했고, 급하게 결정하는 바람에 미래창조과학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도 미처 알리지 못했다”며 후보 수락 과정을 간략히 밝혔다.
신 위원장은 “기관장 임기 도중 갑작스레 그만두게 돼 동료와 직원들에게 한없이 죄송하다”며 “무엇보다 신뢰를 흠집 내고, 기관에 혼란을 주는 것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는 말로 32년간 일해왔던 연구소를 떠나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을 털어놨다.
이임사 동안 신 위원장은 두 차례 눈물을 보이며 연구원 생활을 접어야 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직원에 대한 당부도 꺼냈다. 자신감을 가지라는 것과 동료와 선후배를 존중해야 스스로도 밖에서 존중받는다는 것이다. 자신과 연구분야가 다르더라도 서로를 추켜세워주고 인정하며 표준과학연구원이라는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갈 것을 당부했다.
대전=박희범 과학기술 전문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