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수준 높은 ICT와 의료 기술을 바탕으로 의료정보화 영역에서도 강국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 제도로 경쟁력 확보가 지체돼선 안 됩니다.”
존 호잇 HIMSS 애널리틱스 부회장은 우리나라 의료정보화 수준을 높게 평가했다. 세계 수준의 의료정보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신기술 접목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낡은 규제가 발목을 잡아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의료정보화 시장을 세세히 살피지는 못했지만 평균적으로 EMRAM(전자의무기록 적용모델) 5단계까지 도달했다고 본다”며 “새로운 의료 서비스를 발굴하고 의료기관 혁신을 위한 준비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존 호잇 부회장이 몸담은 HIMSS 애널리틱스는 미국 의료정보시스템협회(HIMSS) 자회사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정부와 협업해 의료 IT정책 자문과 시장 동향을 분석한다. 의료기관 EMR 수준을 진단하는 평가지표(EMRAM)를 개발해 인증한다. 그는 마사 제퍼슨 헬스서비스 부사장, IBM 수석 헬스케어 IT 컨설턴트를 거쳐 2008년 HIMSS 애널리틱스에 합류한 의료정보 전문가다.
EMRAM은 사실상 의료정보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0단계부터 가장 수준 높은 7단계까지 있다. 존 호잇 부회장은 우리나라 수준을 의료영상정보시스템(PACS)을 활용하는 5단계로 봤다. 최고 수준인 7단계는 완전한 전자의무기록, 데이터웨어하우스, 국제표준 문서 기반 의료정보교류, 바코드를 이용한 수혈 및 모유 관리 등을 구현한다. 국내는 분당서울대병원인 지난 2010년 최초 7단계를 획득한 이후, 최근 업데이트된 평가절차를 수행해 재인증 받았다.
존 호잇 부회장은 EMR는 의료정보화 출발이자 의료 서비스 혁신에 최전선에 위치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EMR는 문서 위주로 조각난 환자 기록을 모으는 게 핵심”이라며 “이를 통해 의사, 간호사 등은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고, 의료 질은 물론이고 운영 마진, 경영 효율성까지 증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바마 정부는 2009년부터 병원이 EMR를 도입해 의미 있게 사용하면 지원금을 제공한다”며 “프랑스, 영국, 호주 등도 비슷한 제도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MR 구축으로 환자 데이터가 전산화, 집중화되면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최신 IT도 접목할 수 있다. 의료기관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저렴하고 신속하게 도입한다. 건강 정보를 분석해 맞춤형 의료 서비스도 제공한다.
존 호잇 부회장은 “많은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분석, 예측모델을 만든다”며 “한국은 기술 속도를 법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정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제도 개선이 중요하다고 봤다. 근본적으로는 사용 주체인 의료진이 신기술 사용 필요성을 공감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의학대학교부터 IT에 대한 교육과 경험을 제공한다면 스스로 의료IT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고, 신기술 도입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의료IT는 단순히 의료 서비스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혁신을 이끄는 단초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의료정보 솔루션은 기술력은 물론이고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며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 제품은 높은 가격 때문에 구매자 부담이 늘고 있어 한국 기업에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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