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환경에서 소프트웨어(SW)가 강조된 것은 최근 일이다.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많다. 이미 6년 전 네트워크가 가상화되고 모든 기능이 SW로 구현될 것이라 예상한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켄 양이 몸담고 있는 플러리버스네트웍스다.
켄 양은 야후 창립자로 유명한 제리 양의 동생이다. 제리 양이 10살 때 타이완에서 미국으로 이사할 때 남동생인 켄 양과 함께했다. 켄 양도 어릴 적부터 정보기술(IT)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무엇보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기술에 접근했다”며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는 시기에 혁신이 사람의 삶을 바꾼다는데 감명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UCLA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부전공으로는 컴퓨터 공학을 택했다. 전자학도였던 켄 양은 IT업계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공부를 계속했다. 때로는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기도 했다. 당시 대학 동문이자 선마이크로시스템 엔지니어였던 수내이 트리파티, 로버트 드로스트와 함께 회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당시 IT 인프라 가운데 서버 가상화 기술이 한창 주목받았다. 이미 시장에서 앞다퉈 서버 가상화 솔루션을 내놓던 시기였다. 스토리지 가상화도 막 시작됐던 단계다. 소프트웨어정의데이터센터(SDDC) 토대가 된 기술이다.
켄 양과 친구들은 가상화 흐름이 네트워크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2010년만 하더라도 쉽게 SW로 구현하는 네트워크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지만 언젠가 시장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 믿었다. 켄 양은 “네트워크를 가상화하는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는 다음해 논의됐다”며 “궁극적으로 모든 IT 인프라가 가상화 환경에서 돌아 갈 것으로 예상했다”고 언급했다.
플러리버스는 네트워크 운용체계(OS)를 개발해 분산된 네트워크 환경을 조성하는 기술을 만들었다. SW와 하드웨어를 분리해 중앙 관리하는 전통적 방식보다는 하드웨어 기능을 최대로 이끌어내 네트워크 속도와 관리 효율성을 높였다. 업계에서는 플러리버스 기술을 90% SW와 10% HW로 이뤄졌다고 평가한다.
높은 기술력과 성장 잠재성을 인정받았을까. 제리 양 야후 창립자는 플러리버스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1000억원에 가까운 시리즈A 투자가 이뤄졌다고 알려졌다.
플러리버스 기술은 새로운 IT를 접목하고 시도하려는 얼리어답터에게 인기다. 세계 50여개 이상 기업이 플러리버스 기술을 도입해 네트워크 환경을 개선했다. 특히 연구개발(R&D)센터에서 관심이 크다. 국내에서도 한 이동통신사 R&D센터와 대기업 미국법인이 플러리버스 기술을 도입해 테스트하고 있다.
켄 양은 회사가 막 성장 `협곡(캐즘)`을 벗어났다고 말했다. 많은 기업의 관심 덕분에 새로운 도약 단계에 다달았다는 의미다. 네트워크 업계에서 플러리버스가 차지하는 위상은 작지 않다. 지난해 글로벌 커뮤니티인 `오픈네트워킹서밋`에서 `올해의 SDN 아이돌`로 선정되기도 했다.
켄 양은 플러리버스 기술을 국내 시장에도 소개하기 위해 방한했다. 시장이 얼마나 역동적으로 돌아가는지 규모는 큰지 등을 파악해 플러리버스 솔루션을 공급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 시장은 새로운 기술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고객 문제를 해결해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