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TV가 외주제작사 저작권을 다 갖는 관행이 깨지기 시작했다. `태양의 후예` `사임당` `함부로 애틋하게` 등 외주제작사가 드라마 저작권과 수익 대부분을 갖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제작사가 지상파TV 제작비 의존도를 줄이기 시작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방영 예정인 `사임당` 제작사 그룹에이트(대표 송병준)과 `함부로 애틋하게` 제작사 IHQ(대표 전용주)는 지상파TV는 방영권만 갖고, 나머지 모든 권리는 제작사가 갖는다고 4일 밝혔다.
`태양의 후예` 제작사 뉴를 시작으로 지상파TV 방영을 앞둔 많은 드라마 제작사가 방영권을 제외한 권리를 갖기 시작했다. 뉴는 KBS와 `태양의 후예` 수익을 6대4로 나누기로 계약했다. 외주제작사가 지상파TV보다 더 많은 수익을 갖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연말 SBS 방영을 앞둔 `사임당` 제작사 그룹 에이트도 사임당 SBS 방영권을 제외한 모든 권리를 갖는다. SBS는 방송광고와 방영권을 갖고, 해외판권과 주문형비디오(VoD) 등 모든 권리는 그룹 에이트가 갖는다. 7월 KBS에서 방영되는 `함부로 애틋하게`도 마찬가지다. 제작사 IHQ와 삼화네트웍스가 방영권을 제외한 모든 권리를 갖는다. 장상백 IHQ 상무는 “SBS는 방영권만 갖고 IHQ와 삼화네트웍스가 나머지 모든 권리를 갖는다”며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 대부분을 드라마 제작사가 갖는다”고 말했다.
지상파와 외주제작사간 갑을관계가 깨진 배경은 외주제작사가 지상파TV 제작비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이다. 최근 드라마제작사들이 해외 투자를 받거나 해외에 선판매를 시도해 굳이 지상파TV 제작비를 받을 필요가 줄어들었다. 그룹에이트는 홍콩에서 사임당에 대한 투자가 들어왔으며, 중국 방송사와 판매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함부로 애틋하게` 제작사 IHQ 또한 중국 동시방영을 위해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과거 지상파TV는 드라마 제작비 70~90%를 지원했다. 처음부터 제작사는 지상파 지원을 받고 시작해 저작권은 지상파TV에 귀속됐다. 지상파TV에 저작권을 요구할 수 있는 협상력이 없었다.
특히 작은 국내시장보다 중국 시장에 중점을 두는 것이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유리하다. 이영애, 송승헌 주연의 `사임당`, 김우빈 수지 주연의 `함부로 애틋하게`도 모두 중국 시장을 겨냥해 사전 제작으로 진행된다. 드라마 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은 너무 규모가 작아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어가는 드라마는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중국시장 공략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외주제작사와 지상파TV 종속관계는 더욱 활발히 깨질 전망이다. 홍승기 인하대 교수는 “그동안 외주제작사는 지상파 제작비에 묶여 있어서 큰 소리를 내지 못했지만 외국에 동시방영되는 등 독자 펀딩이 가능해지면서 많은 권리를 갖게 됐다”며 앞으로 이런 상황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