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위성항법장치(GPS) 전파교란이 지속되면서 전자기파(EMP) 폭탄도 다시 주목되고 있다. EMP 폭탄은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 에너지를 순간 발생시켜 적의 지휘통제 체계와 방공망 등 모든 전자기기를 무력화시킨다. 통신과 전기가 마비되기 때문에 민간시설도 큰 타격을 받는다.
EMP 전용 폭탄도 문제지만 핵폭탄은 터지는 고도에 따라 수백㎞ 내 전자기기 회로에 과부하를 흘려서 장비를 파괴한다. 사람에게는 직접 피해가 없다. 하지만 전기와 통신이 마비되면 사회는 큰 혼란에 휩싸인다. 최근 북핵 위협이 다시 고조되면서 EMP 폭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EMP에 의한 전자장비 영향력이 발견된 것은 1962년 7월 미국의 핵폭발 실험 때다. 하와이 인근 존스턴 섬 400㎞ 상공에서 1메가톤 핵폭발 실험이 이뤄진 가운데 1400㎞ 떨어진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전자장비에서 오작동이 발생했다. 라디오 통신이 30분 동안 마비되고 도난 알람, 사이렌, 가로등이 꺼졌다.
1970년대에는 옛 소련에서 인공으로 EMP를 발생시킬 수 있는 방법을 최초로 연구했다. 미국은 걸프전에서 이라크 방공망을 무력화하기 위해 EMP 폭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적은 비용으로 상대의 중추 통신망과 전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어 미국, 중국, 러시아 등에서 EMP 폭탄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북한 역시 러시아 출신 전문가의 지원을 받아 EMP 폭탄을 개발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정부도 EMP 폭탄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호시설 구축에 한창이다. 강력한 전자기파는 지하 벙커라 하더라도 환기구나 안테나를 통해 컴퓨터와 통신을 마비시킨다. 이에 따라서 별도의 EMP 방호 장치가 필요하다.
EMP 방호시설은 철 같은 금속으로 시설 전체를 감싸고, 입구는 이중으로 하여 동시에 열리지 않도록 구성한다. 공기는 통하지만 전자기파는 들어가지 못하는 `허니컴`이라는 통풍구를 설치한다. 내부엔 항온항습기 등 공조설비, 비상용 발전기 등을 갖춘다.
합참 지휘부를 비롯한 일부 국방 시설에는 이미 EMP 방호시설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중요 시설로 지정된 수백여 군 시설은 아직 EMP 공격에 무방비 상태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지난해 `방호 대상을 고려한 효율적 EMP 방호시설 연구용역` 사업을 추진했다.
방호 대상과 대상별 규모, 소요 예산 제기 지침, 설계 기준과 발전 방향 등을 도출했다. 앞으로 사업을 위해 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민간 분야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가 EMP 방호와 관련한 방안을 도출, 적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