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로펌 중 첫 `IT전문그룹` 신설

왼쪽으로부터 김병철, 조정희, 김윤희, 이건주, 박필웅, 임상혁 변호사입니다.
왼쪽으로부터 김병철, 조정희, 김윤희, 이건주, 박필웅, 임상혁 변호사입니다.

“이제 정보기술(IT)에 관한 지식은 기본입니다. IT를 모르면 대화를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다른 로펌도 비슷할 것입니다. IT전문그룹을 꾸린 배경입니다.” 조정희 변호사는 “IT기업 대상으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세종이 IT전문그룹을 신설했다. 2014년에 논의를 시작해 올해 정식 출범했다. 회사·금융·송무로 구분한 로펌 전통적인 업무 영역을 깬 것이다.

국내 6대 법무법인 가운데 IT전담 그룹을 만든 것은 세종이 처음이다. 핀테크 등 사안별로 전담팀을 둔 적은 있지만 클라우드·지적재산권·빅데이터 등 최신 IT영역 자문·소송을 위한 별도 전문가 그룹이 만들어지기는 보수적인 법조계에서 드문 일이다.

조정희 변호사는 “가령 법인 내에도 통신방송 분야를 다루는 전문그룹이 있지만 이는 행정법을 다루는 일반적인 로펌 조직”이라며 “반면에 IT그룹은 철저한 수요자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IT전문그룹이 다루는 영역은 이제 법제가 정비되기 시작한 클라우드법 등을 겨냥했다고 덧붙였다. 이건주 변호사는 “형사사건을 수임하다보면 최근엔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디지털 포렌식 의뢰가 많다”면서 “기존 방식으로 해결이 어려웠고, IT 기반 전문팀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세종 IT전문그룹은 소송보다는 자문 위주다. 조 변호사는 업무의 70%가량은 자문건이라고 밝혔다. 가령 빅데이터 같은 새로운 사업모델을 구상한 기업의 경우 법적 문제 가능성을 검증해 준다. 세종 IT팀은 기존 법령을 해석해 사업 방향을 조언한다. 사업에 방해되는 규제만 걸러내는 소극적인 로펌 업무와 질적으로 다르다.

세종, 로펌 중 첫 `IT전문그룹` 신설

IT전문그룹은 파트너 변호사만 10명이다. 파트너 변호사는 보통 로펌 입사 후 7~10년 정도 근무한 베테랑이다. 10명 중 3명은 이공계 출신이다. 인문계 출신이 많은 법조계 치고는 이공계 출신 비율이 높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벤처캐피털, 지적재산권, 디지털 포렌식 등을 전문으로 다룬다. 디스플레이와 시스템반도체 소송 등도 대리했다. 카카오의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 NC소프트·넷마블 주식 교환 등 굵직한 사건도 맡았다.

해외 진출을 돕는 것도 IT전문그룹 몫이다. 세종은 세계 로펌 연합체 `베스트프렌즈` 가맹 법인이다. 베스트프렌즈 소속 해외 로펌과 협업해 국내와 해외법을 모두 훑어본다. 관련해서 모바일 쇼핑 서비스업체 `위시링크`을 자문해 주고 있다.

IT전문그룹은 대기업 뿐 아니라 스타트업도 관심 대상이다. 성장 속도가 빠른 스타트업과 초기에 관계를 맺기 위함이다. 조 변호사는 “미국 실리콘밸리 로펌은 성장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에게 법률 자문해주고 자문 비용은 유예한다”며 “다만 스타트업은 유예된 비용을 성장 후 투자 받을 때 로펌에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IT전문그룹은 빠른 기술 변화와 트렌드를 쫓기 위해 자체 세미나도 주기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에도 자율주행자동차에 관한 세미나를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 자율주행자동차 임시운행 허가가 나왔지만 아직 관련 법률은 없어 시장에서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건주 변호사는 “기술을 이해하는 법률가가 기업의 법적 리스크 정리하고 해법을 제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