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GPS 교란, 항공기 노렸나

북한 위성항법장치(GPS) 전파교란은 항공기 항법장치에 혼신을 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항공은 GPS 교란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대책이 시급하다. 관련기사 5면

5일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지난달 말부터 GPS 전파교란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항공기 항법장치를 교란시키려는 의도로 분석됐다”면서 “항공기는 GPS 수신 방해 전파가 유입되더라도 관성항법 장치로 비행하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동통신업체는 최근 북한 GPS 전파 교란과 관련해 특별 점검을 실시하고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4일 KT 기지국 직원이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서 시설물을 점검하고 있다.
이동통신업체는 최근 북한 GPS 전파 교란과 관련해 특별 점검을 실시하고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4일 KT 기지국 직원이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서 시설물을 점검하고 있다.

위성을 사용하는 GPS와 달리 관성항법은 가속계와 회전 관성을 사용하는 자이로스코프 등을 이용한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5일 낮 12시까지 항공기 962대에 교란신호가 유입됐지만 관성항법 장치로 운항, 영향은 없었다.

전파 전문가는 관성항법은 시간이 갈수록 누적 오차가 커지기 때문에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GPS보다 정확도도 떨어진다. 게다가 항공과 군을 제외한 민간 어선은 GPS 전파교란이 지속될수록 어업 차질이 예상돼 정부도 고심에 빠졌다.

한 GPS 부품 제조사 관계자는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정부 기관에서 GPS 전파교란 대응책을 문의해 왔다”면서 “해안에서는 아직 뚜렷한 대책이 없으며, 육지에서 위치기반서비스(LBS)를 활용한 대체 기술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북한 위성항법장치(GPS) 전파교란은 항공기 항법장치에 혼신을 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항공은 GPS 교란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북한 위성항법장치(GPS) 전파교란은 항공기 항법장치에 혼신을 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항공은 GPS 교란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GPS 전파교란은 GPS 주파수 대역에 의도해서 고출력 전파를 방사, 신호에 혼란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방해 신호인 `재밍(jamming)의 일종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항 재밍(Anti-jamming)` 기술을 연구하고 있지만 대부분 실용화 이전인 데다 성능도 떨어진다.

2012년 GPS 전파교란 이후 국내에서 개발한 항 재밍 기술은 비용 때문에 아직은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 재밍은 국제법에도 위반된다. 선박에서 주로 쓰는 로란(LORAN) 기술은 아직 GPS 만큼의 정확도를 기대하기 어렵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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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서는 롱텀에벌루션(LTE) 통신망과 기지국을 활용, LBS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이 방식이 상용화되려면 전용 기지국을 지금보다 더 촘촘하게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 결국 현재로서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신속한 상황 전파, 복구 지원, 대북 항의가 대안인 셈이다.

김남 충남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GPS 전파교란은 아직 큰 피해가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라면서 “더욱 현실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