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위성항법장치(GPS) 신호 방해 전파를 쏘기 시작한 지 이달 5일로 엿새째를 맞았다. 상황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코앞이지만 좀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5일 정보 당국은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4일까지 100여 차례에 이르는 교란 전파가 인천과 경기·강원 일부 지역에 발사됐다고 밝혔다. 항공기 962대와 헬기 7대에서 교란 전파가 포착됐으며, 같은 기간에 영향을 받은 선박은 모두 694척이었다. 이동통신 기지국 1786곳에도 의심스런 신호가 유입된 것으로 확인했다. 다행히 정부는 아직은 출력이 낮고 GPS 외에 다른 항법 장치 덕분에 사고를 당할 위험이 적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해 보면 북한 GPS 교란 활동은 여전하지만 큰 물리적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인 인명 피해도 없었고, 일부 어선에서 일종의 항해장치인 GPS플로터에 오작동이 발생해 조업에 지장을 받았을 정도의 미미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2010년 이후 북한은 주기적으로 교란 전파를 쏘고 있으며, 목적이 항공기 항법장치에 장애를 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항공기는 교란전파 영향을 받더라도 관성항법 장비로 비행, 아직은 안전하지만 자칫 아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나아가 GPS 교란의 진짜 의도를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북한이 찔끔찔끔 효과도 없는 공격을 계속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자전을 대비한 장비테스트나 훈련의 목적이 강하다고 본다. 만약 북한이 최대 출력으로 공격한다면 민간에서 사용하는 GPS 주파수가 모두 공개되기 때문에 재난 수준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정부가 당장 큰 피해가 없다고 관성적으로 대응한다면 너무나 무책임한 행동이다. 대국민을 상대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기술적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GPS 교란을 우습게 보다가 자칫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