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을 위해 유용하게 사용되는 사기계좌 조회 서비스를 민간기업이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유권해석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1년여간 은행과 상용화까지 준비했지만 개인정보보호법 규제를 넘지 못하고 좌절될 위기에 놓였다.
5일 금융권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더치트(대표 김화랑)가 개발한 인터넷 사기 계좌정보 검색 서비스가 제공하는 주의계좌 정보는 피해자의 제보에 따른 것으로써, 은행에 주의계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명백히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 보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더치트가 수집하는 사기 의심자 계좌번호, 연락처 등 개인정보 수집이 개인정보보호법에 사실상 위배된다는 결론이다. 이 서비스는 중고나라 등에서 사기거래 예방에 기여한 모범사례로 경찰청이 수사에 활용하는 등 공공 서비스에 준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 회사는 기업은행과 뱅킹서비스에 사기피해를 방지하는 서비스도 1년여간 준비해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2개월간 더치트 신고 계좌로 기업은행 이용자가 송금한 금액만 100억원이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유권해석으로 사업 자체가 좌절될 위기에 놓였다.
특히 최근에는 경찰청이 다른 은행과 제휴해 더치트와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 경찰청은 `사이버캅` 사이트를 만들어 사기피해 이력 확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PC나 노트북을 활용한 인터넷뱅킹은 물론이고 모바일뱅킹도 사기에 이용된 적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더치트는 사이버캅이 자사 서비스를 모방했다는 입장이다.
이화랑 더치트 대표는 “지난 4일 오랜기간 경찰청과 업무협력을 논의했지만 불발됐다”며 “경찰청의 민간 유사 서비스 개발로 오히려 사기 피해가 발생되는 사례가 있어 유감스럽다며, 이미 사이버수사 담당 경찰 대부분이 더치트를 수사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청이 (고의로) 유사 서비스를 개발한 것은 아니”라며 “본의 아니게 피해를 주게 된 것은 유감이라는 말만 들었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경찰청 사이버안전팀 관계자는 “민간사가 제공하는 정보는 신뢰할 수 없다”며 “경찰정이 이용하는 정보는 공공을 위한 목적으로 이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문제가 없음을 의결받았다”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