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김종경)은 연구소기업 3호인 듀켐바이오연구소(대표 김종우)가 상용화 설비를 갖추고 세계 처음 산소-18 농축수 생산에 들어갔다고 5일 밝혔다.
듀켐바이오연구소는 5일 유성에서 산소-18 농축수 생산 설비 완공식을 개최했다.
듀켐바이오연구소는 2014년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자광학연구부 정도영 박사팀이 개발한 레이저 이용 산소-18 농축수 생산기술을 대상으로 원자력연구원이 현물 출자한 연구소 기업이다.
산소-18은 일반 물(H₂O)에는 0.2% 밖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안정 동위원소다. 이를 98% 이상 농축시킨 것이 방사성의약품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방사성의약품은 양전자 단층촬영 장치(PET-CT)에서 주로 암을 진단하는데 사용된다.최근에는 파킨슨 병이나 치매 같은 진단이 어려운 질병에 대한 진단 신약이 개발되면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완공한 설비는 광섬유 레이저를 이용해 산소-18 동위원소를 농축하는 공정으로, 어느 국가도 상용화를 이루지 못한 분야다.
특수 레이저를 활용해 동위원소를 생산한다. 소규모 생산설비에서 1시간 이내에 농축수를 생산할 수 있다.
현재 산소-18 농축수는 미국, 일본, 이스라엘 등에서 증류법을 이용한 큰 규모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완제품 생산에 1년 가까이 소요된다. 설비가 중단없이 24시간 가동돼야하기 때문에 수요 맞춤형 생산이 어려울 뿐 아니라 설비 구축〃유지 비용으로 인해 생산비가 높다.
해외 생산 시설은 100㎏ 생산설비 기준 120억 원의 설비 구축비가 들지만 국내 신공정은 30~40억원에 불과하다.
레이저를 이용하는 산소-18 농축수 생산기술은 일본, 미국, 러시아 등에서 개발은 시도했지만 제품 출시를 통한 상용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일본, 중국서 특허 등록을 완료 했다. 미국과 독일 특허도 상반기 중에 등록될 수 있을 것으로 원자력연구원 측은 내다보고 있다.
듀켐바이오연구소의 산소-18 농축수 생산 설비 구축은 2단계로 진행될 계획이다. 1단계는 산소-18 재농축으로, 사용 후 농축도가 떨어져 기능을 잃은 기존 제품을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농축도 98%의 시판 완제품은 방사성의약품 제조에 사용된 후 농축도가 90% 이하로 떨어지게 되는데 이를 98% 이상으로 농축시켜 다시 사용할 수 있게 생산할 수 있다.
재농축 공정을 활용한 제품은 이번에 구축한 설비를 활용해 6월부터 생산 및 제품 출시에 돌입한다.
2단계는 자연성분이 0.2%인 산소-18을 50% 수준으로 농축하는 중농축 공정이다. 중농축으로 생산된 제품을 다시 1단계 기술인 재농축 공정에 투입해 98% 농축도의 완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듀켐바이오연구소는 2단계 중농축 생산설비 구축을 위해 2016년 하반기 신축 공장을 건립하고 2017년 풀라인업을 구축해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김종우 대표는 “국가 연구소의 원자력 기술과 바이오 의료기술이 접목된 융합기술의 사업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오는 2020년까지 연간 5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목표로 국내외 시장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 과학기술 전문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