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각축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생산기지에서 벗어나 소비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12억5000만명에 이르는 거대 시장을 놓치지 않으려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공세가 거세다.
지난해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23% 성장, 판매량 1억대를 돌파했다.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오는 2017년에는 연간 1억8410만대의 스마트폰이 판매돼 미국(1억7000만대)을 제치고 중국(4억6280만대)에 이어 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그동안 인도는 IT 아웃소싱 기지로 주목받았다. 세계 IT 아웃소싱을 인도 기업이 거의 휩쓸었다. 대표 기업은 타타컨설턴시서비스(TCS), 인포시스, 와이프로 등이다. 1990년대 말에 콜센터, 사내 시스템 구축 등 저숙련 외주에서 시작해 활동 영역을 넓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평균 성장률은 7.5%를 기록했다. 중국 성장률 6.9%를 0.6% 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인도의 경제 성장률이 중국을 추월하기는 1999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IT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 대표 제품이 스마트폰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스마트폰 신흥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도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올해 26% 늘어나는 등 앞으로 2년간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흐름과 대비된다. 가트너는 경기 침체로 올해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대비 7% 증가한 15억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던 북미와 중국 성장률은 각각 0.4%, 0.7%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스마트폰 확대로 전자상거래 시장도 뜨겁다. 비즈니스라인은 지난달 인도 국영 우체국인 인디아포스트의 하루 소포 취급량이 7만5000개로 최근 2년 동안 15배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저가 스마트폰 보급과 중산층 증가 등으로 전자상거래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에 아마존, 중국에 알리바바가 있다면 인도에는 플립카트가 있다. 지난 2007년 아마존 출신이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회사를 설립했다. 플립카트는 매년 굵직한 투자 유치에 성공, 인도 스타트업으로는 처음으로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달러를 넘어선 비상장 벤처)이 됐다. 창업 8년 만인 지난해 9월에는 기업 가치가 152억달러에 이르렀다.
전자상거래가 늘면서 전자결제 시장 규모 역시 커졌다. 인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전자결제 서비스 `페이티엠(PayTM)`의 현재 이용자 수는 1억2000만명으로 지난 1년 동안 6배가량 늘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유로 모니터에 따르면 현재 인도 전자결제 시장 규모는 1349억달러로 추정된다. 2020년에는 3891억달러로 지금보다 3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을 이을 최고 스마트폰 시장으로 꼽히는 인도를 잡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도 거세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25.7%로 현지 업체 마이크로맥스(16.1%)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원동력은 보급형 라인업 가운데 저가대에 속하는 갤럭시J 시리즈의 흥행 때문이다. 삼성은 중국과 달리 인도에서는 프리미엄은 물론 중저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앞으로 인도 시장을 적극 공략할 애플은 물론 현지 제조사와의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
애플이 아이폰SE를 내세워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할 최대 타깃 역시 인도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프리미엄 전략을 추구하던 애플이 보급형 제품을 내놓은 것은 지금은 구매력에 한계가 있지만 미래 성장성이 무궁무진한 인도 등 신흥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다.
애플은 중고 아이폰 판매도 인도 정부에 요청하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인도 시장에서 애플 점유율은 2% 미만이지만 중고 아이폰이 인도 시장에 풀린다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샤오미, 화웨이, 레노버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중저가 스마트폰 제품을 내세워 인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인터넷 플랫폼 기업도 인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다.
구글은 기차역 무료 와이파이를 개통하며 세몰이에 나섰다. 구글은 지난 1월 서부 경제도시 뭄바이의 중앙역에 처음으로 무료 와이파이를 개통했다. 북부 알라하바드, 동부 파트나 및 란치, 서부 자이푸르 등 올해 말까지 100개 역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또 열기구를 띄워 오지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룬(Loon) 프로젝트 대상지에도 인도를 포함시켰다. 인도에서 구글 서비스 이용자를 더 확보하려는 시도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빈 TV 주파수 대역을 인터넷 공급에 이용하는 `화이트 스페이스` 사업으로 50만개 농촌 마을에서 저가 인터넷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텔랑가나 주정부와도 공립학교 전자교실 구축과 인도 스타트업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페이스북 역시 무료 인터넷 접속 서비스 `인터넷닷오알지` 확산에 집중하고 있다. 인터넷닷오알지는 뉴스 서비스, 정부 홈페이지 등 페이스북이 미리 지정한 웹사이트에 무료로 접속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접속 가능한 사이트에 제한을 둔 점 때문에 최근 인도 정부가 망 중립성 침해를 이유로 서비스를 일시 막고 있다. 인도 페이스북 이용자는 약 1억4000만명이다.
글로벌 IT 기업의 인도 진출 러시는 인도 정부의 `디지털 인디아` 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디지털 인디아는 2019년까지 18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 인도 전역을 초고속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정부 프로젝트다. 이를 바탕으로 전자정부, 원격 교육, 원격 진료 등을 실현해 인도 최대의 사회 문제인 도시와 농촌 간 격차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글로벌 IT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적극 투자를 요청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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