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KBRI)은 인간의 뇌로 불리는 대뇌피질의 기능을 파헤치는 `대뇌피질 융합연구단`을 출범시킨다고 7일 밝혔다. 한국뇌연구원은 대뇌피질 융합연구단 출범, 초정밀뇌신경망 지도(뇌 커넥톰) 제작 등을 내용으로 한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대뇌피질은 가장 고차원의 뇌기능을 수행하는 부분이다. 전두엽(운동), 두정엽(감각, 정보통합, 의사결정), 후두엽(시각), 측두엽(청각, 화학)으로 나눠진다. 부위별로 기능이 다르며 각각 기억, 집중, 사고, 언어, 각성 및 의식 등을 담당한다. 대뇌피질 연구단은 이 중 `두정엽의 후두정피질` 부위를 집중적으로 연구할 예정이다. 후두정피질은 신체에서 들어온 감각정보를 통합하고 판단하는 곳이다. 뇌에서도 가장 고차원 기능을 맡는 부위다.
대뇌피질 연구단은 의사를 결정하는 특정 뉴런과 신경회로 활성 과정을 밝혀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른 선진국과 차별화된 연구를 진행한다. 이 부위에서 뇌신경망 지도와 동물 행동 분석 모델을 결합해 `감각정보 통합`이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종합적으로 규명한다.
해외에서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뇌신경망 지도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다. 미국은 2013년 `브레인 이니셔티브`를 발표해 10년간 30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뇌 연구에 투자하기로 했다. EU도 10년간 10억유로(약 1조3000억원) 연구비를 투자해 인간 뇌와 비슷한 규모와 기능을 갖춘 인공신경망을 개발하는 `인간 두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도 연간 30억엔(약 308억원)으로 2014년부터 명주원숭이의 대뇌피질을 연구하고 있다.
연구원은 차별화된 초정밀(나노스케일) 뇌신경망 지도를 만들기 위해 대규모 전자현미경 분석시스템도 구축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한 대 확보하고 있는 3차원 전자현미경(연속블록면 주사전자현미경)을 2017년에 한 대 더 추가한다. 추후 고가의 전자현미경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3차원 전자현미경은 신경세포 하나하나의 연결까지 확인할 수 있어 뇌신경망 지도 제작에 필요한 연구장비다. 초정밀 뇌신경망 지도는 신경세포 구조와 연결망을 파악해 두뇌 전체를 재구성하는 것으로 `두뇌 역설계`라고도 불린다. 뇌신경망 지도를 구축하게 되면 뇌 구조와 기능을 지금보다 정밀하게 규명할 수 있다. 연구원은 신경회로를 이용한 정서장애와 뇌질환 조절, 뇌손상 제어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경진 한국뇌연구원 원장은 “현재 `뇌 연구의 대항해시대`라고 부를 정도로 선진국의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며 “1000억개의 뇌 신경세포가 만들어낸 극도로 복잡한 신경망 회로 중 일부만이라도 선택과 집중으로 우리가 먼저 밝혀낸다면 선진국과 차별화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