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는 2017년 자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90 100대를 자율주행차로 개조해 일반 도로 위에서 시험 주행을 실시할 계획이다. 볼보는 `드라이브 미`라는 이름으로 가동되는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2020년 이후 출시되는 자사 신형 자동차에선 운전 중 사고로 인한 사망자와 중상자를 제로로 만들겠다는 `비전 2020`을 내세웠다.
헨릭 린드 볼보 드라이브미 프로젝트 책임자는 4일(현지시각)부터 7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개최된 엔비디아 GPU테크놀로지콘퍼런스(GTC) 2016에 참가해 “자율주행차는 안전성을 높이고 환경과 교통 혼잡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올 가을에는 최초의 자율주행차 경주 대회도 열린다. 국제자동차연맹은 올해 포뮬러E 챔피언십 대회에 자율주행차 경주 `로보레이스` 종목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 대회는 영국 투자회사 키네틱과 포뮬러E 제휴로 성사됐다. 키네틱이 개발한 자율주행차 20대를 10개 팀이 2대씩 나눠가져 경주를 펼치는 방식이다.
데니스 스베르들로프 키네틱 대표는 “로보레이스는 지성을 겨루는 경주로 인공지능, 컴퓨터 엔지니어가 주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동차는 독일 폭스바겐 출신의 세계적 차량 디자이너인 다니엘 사이먼이 설계했다. 사람이 타지 않는 레이싱용 자율주행차인 만큼 중앙부를 슬림하게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볼보 드라이브 미 프로젝트용 XC90과 로보레이스 경주용 차량의 특징은 엔비디아 드라이브 PX2를 자율주행을 위한 두뇌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드라이브 PX2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차량용 슈퍼컴퓨터 모듈이다.
드라이브 PX2에는 차세대 테그라 중앙처리장치(CPU) 칩 2개와 16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파스칼 GPU 2개가 탑재된다. 테그라 칩에는 고성능 ARM A57 코어 8개, 엔비디아 독자 저전력 덴버 코어 4개가 내장됐다. 파스칼 GPU는 초당 최대 24조회의 딥러닝을 수행할 수 있다. 엔비디아 GPU를 활용해 딥러닝과 인공지능을 구현할 수 있는 쿠다(CUDA) 기반 소프트웨어를 얼마만큼 잘 짜는지가 자율주행차 성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데니스 키네틱 대표가 `지성을 겨루는 경주`라고 말한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엔비디아는 GTC 2016에서 종전 드라이브 PX를 활용한 자율주행차 BB8의 실주행 영상을 공개했다. 포드 링컨 MKZ를 개조한 BB8은 카메라로 들어온 영상을 분석해 차선을 유지하도록 핸들을 조작한다. 속도 조절은 기존 MKZ에 탑재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기술을 그대로 활용했다. ACC는 레이더, 카메라, 초음파 센서를 활용해 앞 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주행하는 기술이다.
GTC 2016 행사 마지막 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길 프랫 토요타 인공지능연구소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와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이어 미시간 앤아버에 새로운 연구거점을 개설할 것이라고 밝히며 “운전자를 돕는 보조적 형태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GPU를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GPU를 활용한 딥러닝과 이를 통해 구현된 인공지능은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산업과 기술을 넘어 모든 것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캘리포니아(미국)=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