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벤처가 약진하고 있다. 디자인, 컨설팅, 교육 등 지식서비스 산업으로 출발했던 1세대 창업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사업에 해외 역량까지 더한 2세대 창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까다로운 진입 장벽이 있는 금융, 정치 분야 창업이 눈에 띈다.
11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여성벤처기업은 지난해 2566개로 전체 벤처기업 3만1260개 중 8.2%를 차지하며 급증했다. 2007년 500여개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동안 벤처기업 숫자가 2배 늘어난 것에 비하면, 큰 폭 성장세다.
맞춤형 금융상품 서비스하는 이혜민 핀다 대표는 벌써 3번째 창업이다. 2011년 화장품 정기배송 서비스인 `글로시박스`를 시작으로 모바일 헬스케어 `눔코리아` 대표를 역임한 뒤 지난해 다시 핀테크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결혼, 출산, 육아 때문에 여성이 벤처 창업활동에 겪는 어려움이 있고 실제 투자자에게 관련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하지만 창업 초기 적은 인원으로 높은 성과를 내야하는 벤처업계에서 여성벤처기업 숫자가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여성인재 능력이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핀테크 업계에서 활약하는 이효진 8퍼센트 대표도 눈에 띈다. 포항공대를 나와 은행을 다니다 창업을 시도한 이 대표는 출산 직후 병원에서도 노트북을 가지고 일했을 정도다. 현재는 8퍼센트를 비롯해 7개 P2P 금융기업이 참여하는 한국P2P금융플랫폼협회장까지 맡았다.
정치 분야 여성벤처기업 활약은 돋보인다. 김미균 시지온 대표는 총선 기간 동안 `소셜댓글`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셜댓글 로그인 계정 중에 이메일로 로그인해 남기는 글은 인터넷실명제 적용을 받아 선거기간 동안 시스템 상으로 제외해야 한다. 이를 선관위와 조율한다.
대학생 창업자로 출발했던 김 대표는 공동창업자가 군 입대 문제로 자리를 비운 사이 회사를 국내 대표 소셜댓글 서비스 회사로 성장시켰다. 중국 진출기업 마케팅을 돕는 중국 소셜댓글 서비스 `라이삐리`까지 선보였다.
강윤모 피스컬노트 한국지사 디렉터도 20대 창업해 미국기업에 회사를 인수합병(M&A) 시킨 여성벤처기업가다. 스마트폰으로 지역구 의원 후보자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주는 `우리동네후보` 앱을 선보였다.
이런 상황을 반영, 정부와 관련 협단체도 여성벤처 활성화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여성벤처협회는 내달 역삼동 팁스타운으로 사무실을 옮기고 창업지원 공간 및 인프라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약 20석 규모로 여성 특화 1인 보육센터가 조성되며, 교육 멘토링 서비스도 이뤄질 예정이다. 예비 창업자나 창업초기 기업 25개에 선도 여성벤처기업 인프라와 사업화 자금을 최대 9000만원 내외로 지원한다. 예비창업자 대상으로 창업 전 벤처기업 인턴십 기회와 교육, 멘토링, 사업화 자금을 최대 1억원까지 지급하는 사업도 있다.
여성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협회 회원사와 여성벤처기업 대상 금융상품 및 법인카드도 개발하고 있다”며 “여성기업 스스로 성장하고, 서로 돕는 벤처생태계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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