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정보화 자체조달 사업에 최저가 입찰제가 버젓이 적용된다. 최저가 입찰제는 적자 수주 원인으로 지목돼 공공조달에서 적용하지 않는다. 사업 수주금액이 예산 대비 70% 미만이다. 국방전자조달 등 개별 조달사업에 최저가 입찰제 적용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방망 침입방지·위험관리체계 구축 사업 등 상당수 정보화 사업이 2단계 가격 입찰제를 적용했다. 일정 점수 이상 기술평가를 통과하면 최저가 제안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한다. 기술평가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정부 조달과 다르다.
육·해·공군 등이 시행하고 국방재정관리사업단이 발주하는 사업이 2단계 입찰제를 주로 적용했다. 2단계 최저가는 저가 수주와 발주 악순환 요인이다. 입찰 참여 업체가 낮은 금액을 제시, 저가 사업을 수주한다. 이를 기준으로 차기 연도 후속사업 예산을 책정, 저가 발주가 불가피하다.
국방망 침입방지·위협관리체계 구축 사업 예산은 9억1500만원이지만 수주금액은 6억2700만원이다. 30%에 해당되는 2억8800만원이 줄었다. 69.86% 투찰한 최저가 제안 업체가 수주했기 때문이다. 국방망 네트워크 접근제어체계 교체 사업 예산도 19억4700만원이지만 수주금액은 12억2400만원이다. 64.25% 최저가 입찰 업체가 수주했다.
국방 네트워크 사업은 더 심각하다. 육군 노후 랜 교체 1, 2지역 사업은 각각 64.56%와 59.48% 투찰률을 보였다. 육군 IP텔레포니 교체와 해군 노후 랜 교체 사업 투찰률은 53.14%와 49.08%다. 수주금액이 예산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친다.
수행업체는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사업을 수주, 수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사업을 수주할수록 손실이 커진다. 프로젝트 품질도 떨어진다. 입찰경쟁이 기술·성능보다 가격으로 이뤄진다. 정보기술(IT)서비스기업 관계자는 “사업 전체 성능과 구성을 고민하기보다 제안요청서에서 요구하는 규격만 만족되면 가장 저렴한 제품과 용역을 제시한다”면서 “저가 발주 사업을 저가로 수주해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2단계 입찰제는 저가수주 원인으로 정부조달 사업에 적용하지 않는다. 기술과 가격 평가를 8대 2에서 9대 1로 상향 조정하는 등 가격 입찰 비율을 최소화했다. 육·해·공군 사업이 2단계 입찰제를 적용한 것은 자체 조달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의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IT업계는 국방전자조달 등 자체 조달도 정부 규제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방을 비롯해 한전 등 20여 기관이 자체 조달을 한다. 20여개 공공 전자조달을 조달청이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자체 조달 기관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IT업계 관계자는 “자체 조달 기관은 정부 지침을 적용하지 않아도 제재를 받지 않아 최저가 입찰제 적용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자체 조달 사업은 직접 관여하기 힘들다”면서 “상황을 파악해 행정자치부 제도나 조달청 지침 기준을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