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5G 등 차세대 통합 전송망 장비 `국산이 없다`

국내 차세대 네트워크 전송장비 시장에서 국내업체는 얼굴도 못 내밀 것으로 보인다.

사물인터넷(IoT)·5세대(5G) 등에 필요한 네트워크 장비가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아 해외의존도가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다. 국산장비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통신3사는 네트워크 전송장비를 `통합 패킷광전송 네트워크장비(POTN)`로 전환할 계획이다. POTN은 기존 광전송과 패킷 처리 장치, 전달망을 하나로 합친 네트워크 장비다. 네트워크 구성을 단순화해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유리하다. IoT·빅데이터·5G 등 차세대 통신서비스에 적합한 장비로 평가받는다. 통신3사가 내부 전송망에 POTN을 도입하려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출시한 대부분 POTN 장비는 1테라급 용량 수준이다. 최근에는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무선트래픽이 급증하면서 10테라급으로 용량을 높이려는 수요가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에서 도입하려는 POTN 장비는 대체로 10테라급”이라며 “용량이 뒷받침 돼야 제대로 된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장비 대부분이 외산이라는 점이다. 10테라급 POTN을 공급할 수 있는 제조사는 화웨이·알카텔루슨트·시에나 정도다. 한 통신사는 최근 POTN 장비를 시험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화웨이와 시에나 장비로 벤치마크테스트(BMT)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하반기나 내년도 POTN 장비 도입을 시작하면 대부분 외산 장비로 망을 구성할 수 밖에 없다.

국내 네트워크장비 관계자는 “외산 장비를 구매하면 장비 유지보수와 관리를 대부분 해외기업에 맞춰야 한다”며 “비용 문제 뿐 아니라 구매 정책 등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우리넷·텔레필드·코위버 등 국내 전송장비업체와 10테라급 POTN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내년 2월 정도면 국산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술 구현과 성능테스트 수준일 뿐 실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ETRI 관계자는 “내년 2월까지 목표는 10테라급 용량을 구현하고 성능을 확인하는 수준의 기술성숙도(TRL) 4단계”라며 “시제품이 완성되려면 TRL 8단계까지는 진행돼야한다”고 말했다. TRL 4단계 이후 시제품을 만드는 상용화단계 R&D 계획은 아직 없다.

업계는 POTN 개발 투자를 계속하지 않으면 전송망 대부분이 외산으로 대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계 선진기업과 국내기업 기술 격차는 1.5년 수준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내년 POTN 도입이 시작될 때 국산 제품이 없다면 POTN 국산화 시기를 놓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과 달리 국내 중소기업이 POTN 상용화에 투자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며 “개발비 지원 등 투자가 이어지지 않으면 국산화는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