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바이오]`암`만큼 무서운 `불임`, 치료방법도 고도화

차병원 난임센터 `37난자은행` 모습
차병원 난임센터 `37난자은행` 모습

직장과 육아 문제로 출산을 기피하는 부부가 급증하는 가운데 불임 환자도 꾸준히 증가한다. 이미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난임과 불임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불임 치료 기술이 발전된 만큼 적극적 치료와 사회적 배려가 절실하다.

최근 5년간 국내 불임 환자 및 진료비 현황
최근 5년간 국내 불임 환자 및 진료비 현황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불임 환자 수는 21만7905명으로 집계된다. 5년 전(19만2981명)과 비교해 약 12% 늘었다. 여성에 비해 남성 불임환자 수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국내 불임환자 중 여성은 75%가 넘는 16만5003명에 달했다. 가임여성(15~49세) 인구 중 1.2%에 해당한다. 실제 결혼 후 임신을 시도하는 25~35세 여성을 대상으로 하면 10%가 넘는다.

남성 불임 환자도 급속도로 증가한다. 2011년 3만9933명이었던 남성 불임 환자는 지난해 1.5배 증가한 5만2902명으로 증가했다. 흡연과 음주, 스트레스, 컴퓨터 등 IT 기기로 인한 전자파 노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여성만의 문제로 인식되던 불임이 남성까지 확대됐다.

불임으로 인한 진료비도 크게 늘었다. 작년 진료비는 총 268억69262원이다. 5년 전(216억41582원)과 비교해 24% 늘었다.

최근 불임 증가세는 노산과 관계 깊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혼연령은 남성이 32.4세, 여성이 29.8세다. 2005년 27.2세였던 여성 초혼연령은 10년 새 두 살 올랐다.

연도별 출생아 수
연도별 출생아 수

초혼연령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출산 연령도 높아진다. 지난해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는 30대 초반이 전년대비 3.0명, 30대 후반이 5.1명 증가했다. 반면 20대 초반과 후반 여성은 전년대비 각각 0.6명, 0.3명 줄었다. 자연스럽게 노산 위험이 커지고 유산은 물론이고 불임 가능성도 높아진다.

김진영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교수는 “여성은 35세가 넘으면 임신력이 떨어지는데 최근 결혼이 늦어지면서 불임 환자도 늘고 있다”며 “아이를 어렵게 가졌다고 해도 스트레스, 질병 등으로 자연 유산 혹은 습관성 유산으로 출산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불임 치료 기술은 세계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난자 배양, 냉동 및 해동 기술 발전과 미성숙 난자 체외 성숙, 착상 전 유전진단 검사 등 신기술도 적극 활용된다.

불임 치료에 가장 대표적 방법은 시험관 아기 시술법이다. 난자를 배양하는 기술이 발전돼 최근에는 임신 성공률이 40~50%까지 높아졌다.

결혼 전 건강한 난자를 미리 보관하는 방법도 점차 활용된다. 유리화 난자 동결법은 난자 수분을 제거해 영하 201도까지 급속 냉동시킨다. 임신을 원할 때 해동 후 미세바늘로 난자 벽에 구멍을 뚫어 정자를 안으로 주입한다.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불임을 예방하는 동시에 건강한 아이를 낳기 위해서다. 미국 애플과 페이스북은 여성 직원 난자동결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우리나라 차병원에서도 지난해 기준 총 128명의 난자를 보관 중이다. 2014년 56명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

미성숙 난자를 체외에서 수정하는 방법도 활용된다. 자연주기 또는 최소 배란을 유도해 성숙하지 않은 미성숙 난자를 채취한다. 수정이 가능한 난자로 키워 체외 수정을 유도한다. 과배란 유도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약제 부작용이나 난소과자극증후군 같은 합병증을 줄인다. 매달 시행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무정자증 남성도 임신이 가능한 기술도 나왔다. 성숙된 정자를 만드는 정원세포를 가지고 있지만 성숙이 정지된 경우 고환조직을 채취, 체외배양으로 성숙 정자 형성을 유도한다. 착상 전 배아를 이용해 유전진단 기술도 적용된다. 수정란 및 배반포 단계에서 세포를 떼어 내 유전적 이상을 진단한다.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만으로 불임을 해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불임은 저출산, 고령화, 결혼기피 등 사회적 문제와 관련 깊다. 사회 복지 차원으로 접근해 해결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불임을 치료대상으로 인식, 적극적 예방과 치료도 필요하다.

김 교수는 “가장 중요한 불임 예방법은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을 느낄 경우 빠른 시일에 내원에 체계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라며 “불임은 암 질환과 맞먹을 정도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데, 적극적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직장과 가족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찬우 제일병원 난임생식내분비과 교수는 “배아, 난자, 난소 조직 등 우리나라 불임치료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라며 “직장, 결혼 등 문제로 난임을 막는 것은 쉽지 않지만 결혼하기 전 난소나 정자 검사를 하고, 가임보존시술로 난자를 미리 얼려 놓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