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쇼핑하세요" 우리·국민은행 오픈마켓 진출 저울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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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이 오픈마켓 플랫폼 도입을 저울질 중이다.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예대마진 감소로 경영에 빨간불이 들어온 은행에 거래액 30조원이 넘는 온라인쇼핑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또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절실해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모바일뱅크에 오픈마켓 플랫폼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은행은 오는 7월 모바일뱅크 `위비뱅크`에 오픈마켓 플랫폼 `위비장터`를 탑재한다. 위비장터는 우리은행과 거래하는 중소 상공인들이 자사 상품을 온라인으로 홍보·판매할 수 있는 모바일쇼핑몰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이미 은행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뱅킹, 장터 세 가지를 축으로 종합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은행 사례를 보면 오픈마켓 도입으로 신규가맹점이 40% 가까이 늘어 신규 고객 창출뿐만 아니라 기존 고객 유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며 “판매자, 구매자로부터 생성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적금·대출 등 금융상품 판매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 은행들은 수년 전부터 급변하는 금융산업 대응을 위해 오픈마켓을 새로운 사업채널로 운영하고 있다.

건설은행은 2012년 중국 은행 중 처음으로 온라인쇼핑몰 `선룽상우`를 개설했고 2014년 공상은행이 쇼핑몰 `룽e거우`를 열었다. 교통은행은 `지아오보훼이`, 농업은행은 `E상관지아`, 중국은행은 `총밍거우` 이름의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공상은행 `롱e거우` 거래규모는 작년 상반기 2000억위안(35조8700억원)을 돌파하는 등 빠르게 커가고 있다.

2015년 5월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금융권 최초로 인터넷 전문은행 시범모델로 설립한 `위비뱅크 출범식`에서 간편송금서비스인 위비 모바일 페이 시연을 하고 있다.
2015년 5월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금융권 최초로 인터넷 전문은행 시범모델로 설립한 `위비뱅크 출범식`에서 간편송금서비스인 위비 모바일 페이 시연을 하고 있다.

중국 은행과 마찬가지로 우리은행과 거래·관리하는 160만개 기업을 기반으로 금융과 유통을 결합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구상이다.

이 중 우수한 가맹점 2000여개와 먼저 제휴해 서비스할 계획이다.

현재 우리은행은 판매물품 확보를 위해 대형 유통업체와 제휴를 논의 중이다. 기업 대 기업(B2B) 물품거래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부동산 등 금융 연계상품 등을 판매해 기존 오픈마켓과 차별화를 꾀한다.

수수료는 기존 온라인 오픈마켓(판매액의 10~15%)보다 저렴한 5~6%대로 책정할 방침이다. SNS인 `위비톡`에서 구매자와 판매자가 충분히 소통하도록해 반품율을 낮춘다는 방안이다.

다만 판매자와 구매자를 중개하는 `오픈플랫폼` 형태로 위비장터를 만들고 관리는 외주업체에 맡길 예정이다. 전문 상품기획자(MD)가 선별한 상품을 구입해 소비자에게 직접 팔고 재고와 사후관리까지 책임지는 `소셜커머스`(쿠팡·티몬·위메프 등)보다는 `오픈마켓`(G마켓·옥션·11번가 등) 방식이 은행에서 관리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쇼핑하세요" 우리·국민은행 오픈마켓 진출 저울질

아울러 국민은행도 오는 7월 출시하는 모바일뱅크에 오픈마켓 등 쇼핑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필요한 상품군을 파악해 쇼핑몰과 제휴를 맺고 지급결제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유통, 쇼핑 등 유용한 생활서비스 제공으로 고객과 접점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기존 소셜커머스나 오픈마켓 업계에서는 이러한 은행의 도전을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한 소셜커머스 관계자는 “유통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며 “우리도 이마트와 싸우는 판에 은행까지 나눠먹을 파이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이미 신뢰를 쌓은 고객과 가맹점 등 기반이 있기 때문에 기존 소셜커머스, 오픈마켓과 시작이 다르다”고 자신했다. 이어 “미국 아마존도 자리잡는 데 9년이 걸렸지만 은행은 배송, 마케팅 비용 등 비용이 적어 더 빠르게 정착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