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이 한국 정치사에 남을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막을 내렸다. 그동안 소홀히 해 온 `경제회복`이 여야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16년 만에 여소야대 재현과 3당 체제 출범이라는 대이변을 낳았지만 유권자들은 이러한 정치 지형 변화가 대한민국 `경제르네상스` 신호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14일 정·재계와 산업계는 총선이 끝나자마자 “경제부터 살려 달라”고 당부했다. 제2 IMF 위기론을 거론하며 총체적 위기 상황임을 강조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경제단체 간담회에서 “경제활성화 입법 서명자가 180만명을 넘어선 것은 경제 살리기를 위한 국민과 기업의 간절한 염원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경제살리기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대내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대 성장을 지키기에도 버겁다. 중국 성장 둔화로 인한 여파도 심각하다. 15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다. 수출 악화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 우리 경제를 이끌던 조선, 철강산업 등은 내리막길이다. 부실 징후 기업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주요 수출 산업이던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분야도 중국에 쫓기고 있다.
손대지 않을 산업이 없다. 20대 총선에서 여야 모두 경제 회복과 활성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이러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시간이 없다. 수출, 산업구조 개편, 중소기업 성장동력 회복 등 경제 과제가 눈덩이다. 하지만 그동안 총선 정국에 국회와 정부는 사실상 `올스톱` 상태였다. 총선 이후도 국회 정상 가동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은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 문제를 놓고 사분오열될 가능성이 크고, 지도부도 와해됐다. 야당 의석 수가 크게 늘면서 그동안 정부가 계획해 온 핵심 법안도 폐기되거나 장시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9개월만 지나면 사실상 대통령 선거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모든 사회·경제 이슈를 블록홀처럼 빨아들이게 된다.
4·13 총선의 민심은 오로지 `경제문제 해결`을 향했다. 현 정부와 19대 국회는 수많은 경제 개혁을 시도했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효과는 미미했다. 20대 국회는 바뀌어야 한다. 위기 속 산업 현장에 변화의 태풍이 불도록 해야 한다. 한두 개의 경제활성화 법안이 대한민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약할지 모르지만 지속된 날갯짓으로 `나비효과`를 만들어 낼 수는 있다. 식물국회에서 벗어나 민생을 챙기며 일하는 국회로 거듭나야 4·13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정신`을 이행할 수 있다.
정치 근본 개혁이라 부를 만한 이 에너지를 경제·산업 개혁의 거대한 흐름으로 이어가야 한다.
재계 한 고위간부는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위축되고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면서 “이런 총체적 위기를 해결하려면 여야 간 정쟁을 중단하고 국회에서 새로운 산업이 등장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과감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규제개혁 등에 여야, 정부, 산업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
성현희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