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지식재산권 관련 업무를 맡다 보면 개인 발명가나 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이 변리사 선임에 대해 문의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변리사를 대리인으로 하는 것이 좋은지, 모 변리사는 어떤지, 화학 쪽은 잘 하는 변리사는 누가 있는지, 발명이 반도체 관련된 것인데 이런 쪽을 잘 하는 변리사는 누가 있는지 등의 자문을 구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는 변리사를 추천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그러나 필자가 알지 못 하는 변리사에 대한 문의는 해당 특허사무소 홈페이지에서 공개된 간략한 이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얼마 전 지방에서 소기업을 경영하는 지인이 자문을 구해 왔다. 모 특허사무소를 통해 출원하고 의견제출통지를 받아 명세서를 보정했는데, 나중에 명세서를 들여다 보니 잘못 기재된 부분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미 출원해 공개된 상태였고 보정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분할출원을 했다고 한다.
지식재산 전담 담당자가 없는 소규모 기업이나 개인 발명가에게 명세서 검토는 쉬운 일이 아니다. 변리사가 전문가이니 그저 믿고 맡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출원인이 각 분야에 적합한 경험이나 전문성을 갖춘 변리사에게 의뢰하고 싶어도 그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반해 변호사 업계는 상황이 좀 다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2009년 변호사 전문분야에 관한 규정을 제정해 전문변호사제도를 도입했다. 법률 수요에 따라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회원 간 자유경쟁을 통해 각 영역에서 전문성을 극대화한다는 취지에서다. 전문 변호사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대한변호사협회 전문분야 등록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전문분야 등록이 법률적으로 강제는 아니어서 일부 변호사만 등록하는 등 한계는 있다. 하지만 아무런 정보가 없는 법률소비자가 변호사를 선택하는 경우에는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기술과 산업 발전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날이 갈수록 특허기술은 복잡해지고 전문화되고 있다. 한 명의 변리사가 모든 기술 분야를 아우를 수도 없을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 변리사 수도 계속 늘어나면서 출원인이 선택할 수 있는 폭 또한 넓어지고 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은 각 기술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변리사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소기업이나 개인 발명가에게는 어려운 얘기다. 이때 특정 발명에 적절치 않은 변리사에게 출원을 맡겨 발생하는 불이익은 고스란히 출원인에게 돌아간다. 출원 대리인이 기술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명세서를 작성한다면 권리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피해를 마냥 시장 원리에 의한 선택 내지 출원인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출원인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전문변리사 제도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 출원인이 화학물질에 관한 특허를 출원할 경우 관련 분야 업무 경험이 풍부한 변리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다. 기술분야별로 일정 기간 이상 경력 또는 일정 건수 이상의 출원 또는 심판을 수행한 경력이 있다면 대한변리사회 또는 특허청에 전문변리사로 등록하는 제도도 하나의 방안이다.
전문변리사 제도는 출원인에게 변리사를 선택하는 데 있어 양질의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출원인의 이익 보호와 함께 변리사들의 전문성도 확보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변리사 제도 및 IP 업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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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욱 IP노믹스 객원기자 bwpark@hit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