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탈리아 신경외과 의사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가 2017년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머리 이식 수술을 하겠다고 공언해 화제가 됐다.
희귀병으로 사지가 마비된 러시아 남성의 머리를 떼어 뇌사자 몸통에 붙인다는 것이다. 그는 2013년 학술지 `외과신경학`에 척수를 깔끔하게 잘랐다가 붙이는 방법을 발표했고, 2015년 2월에는 머리 이식의 구체적 수술 계획도 밝혔다. 공여자와 수여자의 몸에서 피부, 신경, 근육, 혈관, 척수 순서로 목을 분리한 뒤, 혈관과 척수 순으로 주인공 머리를 공여자 몸에 접합하는 식이다. 머리의 산소 소비를 최소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온도를 12~15℃로 낮춘다고도 했다. 예상 소요 시간은 36시간이다.
전문가 시선은 싸늘하다. 현재 의학 기술은 샴쌍둥이를 겨우 분리하는 수준이다. 다양한 장기가 모인 신체 구획을 통째로 이식하는 건 아직 불가능하다. 특히 말초신경과 달리 중추신경은 현대의학으로는 절대 재생시킬 수 없는 부위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머리 이식은 20세기 초부터 시도됐는데, 그냥 갖다 붙인 수준일 뿐 며칠 살지도 못했다. 1908년 미국의 생리학자 찰스 구드리는 개 한 마리의 머리를 다른 개의 목에 붙였다. 미리 잘라 놓은 머리에 동맥을 연결했고 그 머리에서 나온 피가 원래 머리로 들어가게 했다. 1970년 로버트 화이트는 원숭이 머리를 다른 원숭이 몸에 이식했다. 원숭이는 며칠간 보고 들을 수는 있었지만 척수를 연결하지 않아 움직일 수는 없었다. 2002년에는 일본 연구진이 쥐의 머리를 성인 쥐의 허벅지에 이식했다. 머리는 3주 동안 더 성장했다고 한다.
인류 최초의 장기 이식 수술은 1954년에 이뤄졌다. 미국 외과의사 조셉 머레이가 일란성 쌍둥이 사이의 신장 이식에 성공했다. 1962년에는 면역억제제를 사용해 다른 사람 간의 신장 이식도 성공했다. 그 공로로 머레이는 199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고, 이제는 웬만한 장기뿐만 아니라 각막이나 피부 이식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왜 아직도 장기가 모여 있는 신체를 한 번에 이식하는 건 성공하지 못했을까. 한 종류의 세포로 이뤄진 장기와 달리 팔 같은 외부 신체는 피부, 인대, 신경, 혈관, 근육, 관절, 뼈 등 10여개가 넘는 세포가 섞인 `복합조직`이기 때문이다.
장기는 동맥과 정맥만 연결하면 살 수 있지만, 신체는 피부, 근육 등 각 조직의 혈관을 따로 붙여줘야 한다. 지름이 1㎜에 불과한 혈관을 일일이 붙이는 미세혈관재건술은 지금도 무척 숙련된 의사만 할 수 있다.
장기와 전혀 다른 면역거부반응도 문제였다. 머레이 박사는 1971년 신체 각 조직의 면역거부반응을 연구했다. 그 결과 피부가 면역거부반응이 가장 강하고, 폐, 간, 심장, 신장, 콩팥, 췌장 순으로 약해진다고 보고했다. 의사들은 피부의 면역거부반응을 진정시킬 약이 없다고 판단했다. 너무 강한 약을 쓰면 정상적 면역반응까지 낮춰 환자가 감기만 걸려도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반전은 20년 뒤에 일어났다. 대만계 의사인 앤드류 리 박사와 하버드대 병원 공동연구팀은 근육과 피부가 면역거부반응이 가장 높고 혈관이 가장 낮은데, 흥미롭게도 이들 모두가 함께 존재할 때는 면역거부반응이 훨씬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서로 다른 조직에서 온 항원이 서로 경쟁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고, 너무 강력한 여러 항원이 한 번에 쏟아져 수용자 면역체계가 압도됐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항체 생산이 증가돼 억제 T-림프구가 활성화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어쨌든 장기를 이식할 때와 비슷한 수준의 면역억제제만으로 복합조직이식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초의 복합조직이식 성공 사례는 1999년 1월,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최고의 손 수술 전문 병원인 클라이넛 수부외과센터 브라이덴바흐 교수팀은 매튜 스콧이라는 남성에게 뇌사자 왼손을 이식했다. 스콧은 지금도 건강하게 살고 있으며 야구팀 시구를 하는 등 기능도 잘 회복했다. 2008년에는 독일 의료진이 어깨 아래의 양팔을 모두 잃은 남성에게 두 팔을 동시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2005년 프랑스에서는 애완견에 얼굴을 물린 여성에게 세계 최초로 안면이식수술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후 2012년까지 전 세계 팔 이식은 36건, 안면이식은 19건 성공했다.
복합조직이식의 남은 과제는 면역억제제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계 면역학실험실에서 다양한 방법을 연구 중이다.
예를 들어, 공여자의 골수를 미리 수여자에게 이식해 수여자 면역체계를 일부 바꾸는 방법이 있다. 숙주가 공여자 항원을 자기 것으로 인식해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를 `키메리즘`이라고 한다.
자가세포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하버드대 의대 MGH병원 의료진은 최근 다른 쥐의 다리에서 거부 반응이 일어날만한 세포를 제거한 뒤, 이식 받을 쥐의 세포를 배양해 새로운 다리를 만들어 이식했다. 실험 결과, 이식 후 새로 만들어진 혈관으로 피가 흐른다는 것을 확인했다. 만약 이 연구가 상용화되면 먼 훗날에는 면역억제제가 필요 없는 새로운 치료가 가능할 수도 있다.
우아영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