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경제 수장들이 통화정책 의존도를 줄이고 재정정책, 구조개혁에 적극 나서기로 합의했다.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로 고민이 깊어진 우리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선 “아직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기업 구조조정에는 한층 속도를 낼 방침이다.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1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회의 후 채택한 공동선언문에서 “통화정책만으로는 균형 있는 성장을 달성할 수 없다”며 “성장, 일자리 창출, 경제신뢰 제고를 위해 유연하게 재정정책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G20이 통화정책에 지나친 의존을 지양하고 재정정책, 구조개혁을 병행하는 정책조합을 지속할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게 기획재정부 설명이다.
G20 재무장관회의와 함께 진행되는 실무진 회의에 참석한 진승호 기재부 국제금융협력국장은 “통화정책은 더이상 효과가 없기 때문에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가 최대한 재정을 풀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며 “단기적으로 수요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적극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MF 최고 자문기구인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는 16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공동선언문에서 “모든 국가는 성장친화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며 “성장률 제고, 일자리 창출, 심리 회복을 위해 재정정책을 유연하게 활용하고 회복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적으로 재정 확대가 강조되며 우리나라 고민은 깊어지게 됐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는 올해 처음 40%가 예상되는 등 재정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꼭 필요하다면 추경을 편성하지만, 아직은 필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유 부총리는 “올해 1분기 6.7%인 중국 경제성장률이 5%대로 내려가는 등 큰 변화가 생기면 추경을 편성할 수 있고 그때는 여러 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총선 이후 추경 편성이 더 어렵게 됐다”며 “20대 국회에서 야당이 (추경 편성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구조조정에는 속도를 낼 방침이다. 유 부총리는 “공급 과잉업종, 취약업종 구조조정을 더는 미룰 수 없고 빨리해야 한다”며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어 “해운사 구조조정이 예정대로 되지 않으면 정부가 액션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제일 걱정되는 회사가 현대상선”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외환시장 거래시간을 30분 연장하기로 했다. 국내 주식시장 매매거래 시간이 6시간(9시~15시)에서 6시간 30분(9시~15시30분)으로 연장되는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상반기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 방안을 발표하고 최대한 이른 시일내 시행한다.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9시~15시까지 은행과 선물회사가 거래하는 역내 시장이 있고, 24시간 열리는 역외 선물환(NDF) 시장이 있다. 정부가 거래시간을 연장하려는 시장은 역내 현물 달러화 시장이다.
유 부총리는 “금융위원회가 주식시장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래시간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반드시 변동성을 키우지는 않을 것”이라며 “거래 주체가 늘어나도 거래량 자체가 증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