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망 운영사업자(통신사업자)와 플랫폼·콘텐츠 제공업자, 학계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제로-레이팅(Zero-rating)`을 비롯한 `망 중립성` 이슈는 `옳다 그르다`가 아닌 사업자 간 적절한 합의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서 `인터넷 생태계 변화에 따른 합리적 통신망 관리·이용방안`을 주제로 `제11차 ICT 정책해우소`를 개최했다.
SK텔레콤과 KT 등 인터넷망 운영사업자와 네이버, 카카오, 아프리카TV 등 플랫폼·콘텐츠 제공업자, 학계, 유관기관, 시민단체 전문가가 참석해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국내외 망 중립성 정책동향과 주요 이슈 발제에 이어 최근 이슈인 제로-레이팅을 둘러싼 토론이 진행됐다.
망중립성은 인터넷 사용 시 일정 수준을 부담하면 트래픽 규모나 내용과 무관하게 사용을 허가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제로-레이팅은 망중립성의 한 형태로 인터넷 사용자가 특정 콘텐츠를 업로드·다운로드할 때 유발하는 데이터 이용 대가를 부과하지 않는 방식이다.
콘텐츠 이용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11번가는 이용자가 쇼핑몰에 접속해서 쇼핑한 데이터에 대해선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쇼핑몰 운영자가 데이터 비용을 대신 부담한다. 특정 콘텐츠 활성화라는 장점이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콘텐츠 사업자에는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
참석자는 제로 레이팅의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사업자 간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쪽에 의견을 모았다. 아프리카TV는 콘텐츠 제공업체(CP) 콘텐츠가 혁신적이고 경쟁력이 있다면 제로-레이팅 한계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헌 SK텔레콤은 CR전략실장은 “망 중립성 원칙과 네트워크 사업자 투자 유인을 함께 논의해 좋은 룰을 만들어왔다고 생각한다”며 “제로-레이팅 등 사업자 간 제휴가 바람직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류민호 네이버 인터넷산업연구실 실장은 “제로-레이팅도 일종의 플랫폼화해 모든 CP에 오픈하는 방식이 출현하고 있다”며 “차별보다 투명성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망 운영사업자 일부에서는 “네트워크 무임 승차(Free-riding)가 심각한 수준이며 플랫폼·콘텐츠 사업자와 망 관리, 운영비용 분담 논의가 이뤄지도록 협의체를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과거처럼 망중립성은 무조건 허용 또는 반대해야 한다는 논쟁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허용 여부를 떠나 사업자 간 이익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통신사업이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망 운영사와 플랫폼·콘텐츠 사업자 간 협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최재유 미래부 차관은 “우리나라 네트워크 산업은 양적이나 질적으로 모두 최고 수준으로 성장해 다양한 플랫폼·콘텐츠 성장동력이 됐다”며 “통신사와 망 이용사업자 간 상생·협력으로 합리적 네트워크 이용 방안을 만들어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미국과 유럽은 일종의 프리미엄 서비스인 `특정 서비스`는 망 중립성 규제에서 제외하고 있다. 제로-레이팅에 대해서 미국은 사안별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며 유럽은 이를 허용한다. 우리나라는 공정경쟁과 사용자 이익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하고 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