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진료·치료 중심에서 연구개발(R&D) 총아로 거듭난다. 내원 환자만으로 수익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기술 확보를 통한 사업화가 절실한 실정이다. 연구중심병원 지정에 따른 생존 방안 모색도 속도를 낸다. 정부의 제한된 지원에도 병원별 특화 영역을 갖춰 산업계와 손잡고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병원은 국민보건이 핵심 의제지만 수익을 무시할 수 없다. 정부가 진행하는 연구중심병원도 재정에 빨간불이 켜진 병원 수익을 보장하고, 글로벌 수준의 보건의료 산업화 촉진에 나선다. 올해 재지정된 10개 병원도 저마다 특화된 분야를 중심으로 생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정 3년이 지난 현재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가천길병원은 대사성질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약 유효성을 평가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5조원에 이르는 한미약품 대사성질환 신약 글로벌 기술 이전에 대해 전 임상 유효성 평가를 수행, 우리나라 신약을 세계로 알리는데 기여했다. 영국 브리스톨대와는 뇌질환조기진단 및 치료제 협정도 체결, 공동연구소를 개소해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구로병원은 지난해 G-밸리와 의료기기 상용화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지역 클러스터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G-밸리는 가산과 구로디지털단지 내 300여개 의료기기업체가 모인 곳이다. 올해에는 병원 내 한국기계전기전자연구원(KTC) 분소를 개소했다. 체외진단형 의료기기 R&D 전 주기 지원시스템을 구축했다. 오스힐, 바이오젠택, GJ 등 자회사 3곳을 설립해 사업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분당차병원은 지난 2014년 5월 `차 바이오 컴플렉스`를 개원했다. 분당차병원, 차의과학대학, 차바이오텍, CMG제약, 차백신연구소가 합동으로 원스톱 공동 연구 및 사업화 촉진 시스템을 구축했다. 글로벌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인 파렉셀과는 초기임상시험 협약을 맺고 글로벌 임상시험 협력 시스템을 마련했다.
서울대병원은 600억원을 투자, 산·학·연·병 협력연구 거점을 마련했다. 의학연구혁신센터가 주인공이다. 류머티즘내과에서 개발한 이중 타깃 항체를 기술 이전하는 성과도 거뒀다. 한국전기연구원과 공동으로 의료기기 전문 벤처기업인 인더스마트를 설립, 사업화에도 힘을 쏟는다. 분당서울대병원에는 3000억원을 투입, 대규모 임상연구 시설을 갖춘 헬스케어 테크놀로지 산업단지 `헬스케어혁신파크`를 만들었다. 이곳에는 의료·바이오 연구원, 기업이 입주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한다.
세브란스병원은 다국적 기업과 손잡았다. 3M, 존슨앤드존슨, 파스퇴르연구소 등과 공동연구 협력 시스템을 구축했다. 바이오기술(BT)·나노기술(NT) 분야 산·학·연·병 공동연구 시설인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에서 7개 기초·임상·산업체 융합연구팀이 공동 연구를 수행한다. 총 투자금액만 1100억원에 이른다.
아주대병원은 동화약품과 MOU를 교환하고 10억원이 넘는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한 RIP3 바이오마커를 이용, 항암제 개발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중심병원으로의 변화를 꾀하면서 병원 수익은 물론 의료 수준, 진료 서비스 질도 향상된다. 정부의 전폭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 거둔 성과여서 의미가 크다. 연구중심병원에 대한 금전 지원 강화, R&D 의사 인력 양성 등은 과제로 남는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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