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와 중소 장비업계 상생을 위한 `상생협력평가지수`가 나온다. 장비 구매 실적과 공정거래 여부 등 상생 협력 수준을 계량화해 공표함으로써 산업계의 자발 협력을 유도하는 게 목적이다. 사업자 부담을 줄이면서 실효성 있는 평가 체계 개발이 핵심으로 떠올랐다.1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차관과 산·학·연 전문가 20여명이 모여 `네트워크장비산업 상생협력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해 11월 처음 논의한 통신사-장비업체 간 상생협력평가지수 초안을 공유하고 분야별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자리다.상생협력평가지수는 정부와 통신사, 시스템·네트워크통합(SI·NI) 기업, 중소기업, 유관기관으로 구성된 `네트워크장비산업 상생발전 협의회` 주도로 운영한다. 평가 대상은 장비 수요가 많고 상생협력 추진에 따른 파급 효과가 큰 통신사업자다. 5개월 동안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KANI)가 초안을 마련했다.
초안에 따르면 평가지수는 통신 사업자 상생협력 실적 평가(50%)와 장비제조사 상생협력 체감도 조사(50%)로 구성된다. 통신 사업자 평가는 상생발전 협의회가 주체가 돼 매년 6월 통신사 수요예보 조사와 동시에 실시한다. 국산 장비 구매 실적이 40점으로 가장 높다. 납품단가 인하율, 수요예보제 이행실적, 공동 기술개발 실적이 각각 20점이다.장비제조사 체감도는 KANI가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조사한다. 네트워크산업 실태조사와 병행 실시한다. 해당 통신사업자와 중소업체 간 협력관계, 공정거래 여부, 납품단가 인하, 시장 확대에 각각 20점이 부여된다. 유지 보수와 공동 연구개발(R&D)은 각각 10점이다.최종 결과는 점수를 합산, 등급으로 공표한다. 90점 이상은 최우수, 80~90점은 우수, 70~80점은 양호, 60~70점은 보통, 60점 이하는 불량이다. 평가 지수가 당장 통신사업자 규제에 직접 활용되지 않더라도 대외 이미지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래부는 통신사업자와 장비업계가 협의를 진행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 주파수 할당, 품질평가, 상호접속 등 각종 인허가 정책에 상생협력평가지수 결과가 반영될 수 있도록 검토할 계획이다.통신사업자는 중소 장비업계와 상생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통신사업자 가격 경쟁력을 높이면서 중소기업 수입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상생협력평가지수 도입에는 전문성과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간담회에 참석한 한 통신사업자 임원은 “중소기업 제품사용 실적 공표가 네트워크산업 발전에 실제 도움이 되는지 살펴봐야 한다”면서 “인위로 중소기업 장비 비율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반성장위원회의 동반성장지수 평가와 중복되는 부분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상생협력평가지수 시범기간이나 유예기간을 마련하고 우수성과를 달성하면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를 고려해야 한다는 적극 반응도 있었다.
윤제동 단국대 교수는 “상생협력평가지수는 전문가의 전문성과 책임감이 있어야 하고, 담당기관에서 결과를 임의를 변경해서도 안 된다”면서 “연도별 목표나 내용 등 세부 실행 방안을 마련하고, 필요할 때 제도 정착 시까지 정부 강제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비업계는 중소기업 납품단가를 지속 인하하면 하향평준화와 기업 양극화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근본 문제점을 호소했다. 상생협력평가지수 때문이 아니라 하더라도 통신사업자의 근본 마인드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네트워크장비산업 상생발전 협의회 추진 경과 (자료:KANI)>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