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총선 이후 정국 수습에 어떤 카드를 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집권 여당의 예상치 못한 총선 참패로 침체된 국정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한 움직임이 절실한 만큼 정치권 안팎에서 여러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민의를 겸허히 받들고 국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힌 만큼, 조만간 구체적 행동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19일 정치권에서는 국정 쇄신 방안으로 청와대 참모진 개편 및 개각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박 대통령 임기가 22개월 남은 가운데 내각 분위기를 쇄신하고,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구조 개혁 등 핵심 국정 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체제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다. 이번 총선 결과와 상관 없이 이미 박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인적 개편을 구상해 왔다는 관측도 나왔다.
일단 청와대는 정무 라인이 이미 사의를 밝힌 만큼, 이들을 중심으로 참모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 내각은 창조경제와 노동개혁 등 핵심 정책과 관련된 부처와 장관 재임 기간이 오래된 부처가 고려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일부 부처 장관은 후임자가 거론되고 있을 정도로 개각 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 측은 개편·개각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시기상 참모진 개편 내용을 놓고 예상치 못한 역풍이 불수 있고,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개각 카드는 최소한 20대 국회가 개원하는 5월 말 이후가 될 것이란 관측도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여소야대 정국으로 뒤바뀐 국회는 벌써부터 세월호특별법 개정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기 문제를 전면에 들고 나오면서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다. 20대 국회가 시작되자 마자 이들 이슈가 다시 쟁점화된다면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노동4법과 서비스발전기본법안 등은 찬밥 신세가 될 것이 뻔한 수순이다.
박 대통령이 차분하게 대응할 시간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게다가 든든한 지원군이 돼 줄 것으로 기대됐던 새누리당이 총선 참패로 친박과 비박간 책임론 공방에 휩쌓여 박 대통령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야당과 협조가 절실한 만큼, `여야 영수회담`, `여야 지도부 회동` 등을 구체적 실현 카드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에 대해 공식적 언급을 꺼리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출구 전략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카드 또한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이 오는 5월 1∼3일로 예정된 만큼, 5월 중순 이후나 20대 국회가 출범한 이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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