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이하 무서명거래 도입에 강력 반발했던 밴대리점이 결국 합의했다. 금융당국이 카드사와 밴사를 내세워 무서명거래에도 건당 31.5원의 매입수수료를 밴대리점에 보존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표수거료가 필요 없지만, 생존권 위협이라는 밴대리점 의견을 받아들여 30원대 매입수수료를 보존해주는데 최종 합의했다. 하지만 매입수수료 분담주체인 카드사와 밴사 간 이견은 여전해 금융위원회 중재안이 자칫 실기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 도입에 강력 반발하던 밴대리점업계가 도입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여신금융협회와 금융위원회는 5만원 이하 소액거래에 대해 카드사가 가맹점에 통지, 본인 확인을 생략할 수 있도록 신용카드 가맹점 표준약관을 개정했다. 하지만 밴 대리점이 협의 없는 일방적인 무서명 거래 도입에 강력 반발하면서 도입이 무기한 연기된 바 있다.
밴대리점이 무서명거래를 반대한 것은 기존 거래를 통해 받아왔던 매입수수료 등이 사라져 회사 운영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무서명거래가 시행되더라도 가맹점에 설치하는 장비와 가맹점 업무는 변함이 없는 만큼 적자분을 보존해줘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밴대리점은 무서명 거래 도입 전 현 승인수수료 매입수수료가 구분돼 있는 밴 수수료 단일 체계 통합을 요청했다. 밴 매입수수료는 밴 대리점 수익의 40%를 차지한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카드사와 밴사를 소집해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무서명거래 도입에 따른 밴대리점 적자를 카드사와 밴사 공동으로 분담해 해결하라는 조치였다. 최근 카드사와 밴업계는 분담해 무서명거래에도 31.5원의 수수료를 보존해주는데 합의했다. 금융위가 조사한 매입수수료는 37.5원으로 6원을 인하한 수수료로 카드사와 밴사가 분담해 밴대점에 지급하라는 결론이다.
한발 더 나아가 밴대리점이 요구했던 세 가지 안에 대해서도 명문화하기로 했다. 매입수수료로 불리던 명칭을 가맹점모집인(밴대리점) 수수료로 수정하고 신용카드사와 밴사 간 수수료 조정에 따른 부분을 밴대리점에 전가하지 않는다는 사항을 반영키로 했다. 또 무서명거래 수수료도 향후 밴대리점과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부분을 명문화했다.
한국조회기협회 관계자는 “밴대리점 입장이 어느정도 반영됐다고 판단해 소비자 편의를 위해 무서명거래를 더이상 반대만 할 수 없어 수용했다”며 “자정결의 대회 등을 통해 밴대리점의 투명한 영업행위를 지속하고 무서명거래 인프라가 조속히 도입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업그레이드 등을 조속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 구도로 치닫았던 밴대리점 문제는 해결됐지만, 카드사와 밴사의 눈치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밴 대리점에 지급해야되는 31.5원을 카드사와 밴사가 분담해야 하는데 서로 의견조율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밴업계는 무서명거래는 카드사 비용절감을 위한 조치인 데 이를 밴사에게 분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카드업계는 소비자 편의를 위한 공익적 목적이 있는 만큼 밴사가 일정부분을 분담해야 한다고 맞선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