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국내 수리업체에 적용했던 불공정약관을 개선했다. 애플 마음대로 수리업체와 위·수탁 계약을 해지하고 자의로 대체 부품을 제공하면서도 관련 손해에 전혀 책임지지 않던 문제가 해결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애플의 소비자 대상 불공정약관을 시정한데 이어, 이번 개선까지 이끌어내며 앞으로 불공정 거래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애플이 여전히 전반적 서비스 체계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아 근본적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애플코리아와 9개 국내 공인 수리업체 간 `애플 공인 서비스 제공업체 계약서`상 20개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본지 4월 8일자 2면 참조
애플은 수리업체와 위·수탁 계약을 맺고 소비자에게 수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아이폰 수리를 맡기면 간단한 사안은 수리업체가 맡고, 액정 파손 등 좀 더 복잡한 수리는 애플진단센터가 처리한다.
애플은 언제든 사전 통지 없이 수리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내용을 변경할 수 있었던 조항을 고쳤다. 앞으로는 합리적 사전 통지가 필요하다. 애플 마음대로 수리업체 주문을 거절할 수 있고 주문 수락 후에도 배송 전 취소가 가능했던 조항은 삭제했다.
애플 자의로 수리업체가 주문한 제품과 유사한 제품을 대신 공급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수리업체에 피해가 발생해도 책임지지 않았던 조항을 시정했다. 애플은 합리적 이유가 있을 때에만 대체 제품을 공급할 수 있고 수리업체 거절도 가능하다.
수리업체 주문 중 일부를 이행하지 않아도 애플이 책임지지 안?던 조항은 `생산 중단` `부품 확보 불가능` 등 합리적 이유가 있을 때에만 가능하도록 했다. 배송 지연은 일반 원칙에 따라 책임을 부담하도록 개선했다.
이밖에 △수리업체 기한의 이익을 부당하게 상실시키는 조항 △애플의 대금지급의무 이행기한을 부당하게 연장하는 조항 △수리업체 소제기 기한을 제한하는 조항 △약관을 한국어로 번역할 권리를 포기하도록 규정한 조항을 시정했다.
공정위는 애플이 `애플 공인 서비스 제공업체 계약서`를 해외 다른 국가에서도 사용하고 있으며, 불공정약관을 시정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애플 법무 담당자가 지난달 공정위를 방문하는 등 적극적으로 시정 절차에 협조했다고 설명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