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연간 19조원을 쏟아붓는 국가 연구개발(R&D)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대혁신을 예고했다. 다음 달 열리는 `과학기술전략회의`가 유사·중복 연구 등 국가 R&D 병폐를 개선하는 시발점이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21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제49회 과학의 날, 제61회 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집권 4년차인 올해 창조경제를 성공시키고 신기술·신산업 창출을 위해 국가 R&D 혁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경제 도약과 지속 성장을 위해선 과거 관행의 R&D(연구개발) 시스템에서 벗어나 국가 R&D에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 7분짜리 축사에 `R&D`가 여덟 번, `혁신`이 열 차례 등장할 정도로 혁신 의지가 강했다.
집권 후반기 개혁 카드 가운데 `R&D혁신`이 맨 앞자리에 있음을 역설했다. 관행화된 국가 R&D 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분야별 역할을 재조정,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다. 우리나라는 2014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4.29%로 세계 1위지만 기술제품화 등 투자 결과 활용 순위는 선진국들에 크게 뒤진다.
박 대통령은 “미래 사회와 글로벌 시장 변화를 내다보면서 R&D 투자 방향과 전략을 마련하고 출연연과 대학, 기업이 각자 역할에 맞게 연구할 수 있도록 연구비를 배분·관리·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면서 “R&D 투자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신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인이 대한민국 성장 역사의 큰 물줄기를 돌려놓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격려했다.
박 대통령은 “선진국에서 원자력 기술을 배울 때 `작고 가난한 나라에서 뭘 할 수 있겠느냐`는 냉대도 받았지만 이제는 아랍에미리트, 요르단에 원전을 수출하고 있다”면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는 우리 경제의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도전이자 유일한 성장엔진”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과학기술전략회의는 다음 달부터 분기별로 가동된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선 원천기술을 선제 확보하고 창의 마인드로 기술을 융합, 새로운 시장을 주도해서 창출해야 한다”며 과학기술전략회의 역할도 제시했다.
현 정부 들어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벤처·창업의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규제 개혁` 의지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보유한 과학기술과 ICT 강점을 잘 활용한다면 핀테크, 바이오헬스,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충분히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젊은이들에게 새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다”면서 “정부는 신기술, 신산업 창출과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와 관행을 과감하게 철폐하고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한 1세대 원로과학자들을 향해 박 대통령은 “선진국에서 안정된 생활을 포기하고 조국의 부름을 받아 척박한 환경에서 연구개발에 젊음을 바친 이분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