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래 유망산업인 바이오를 중심으로 연구 범위와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규제를 획기적으로 푼다. 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 사태 이후 기초 연구용으로만 제한된 골수, 제대혈과 같은 인체 자원을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바이오산업 생태계, 탄소 자원화 발전 전략`을 보고받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국내 바이오산업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불필요한 규제개선 △지속가능한 산업생태계 구축 △민관 협업적 혁신 등의 시급한 과제가 남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바이오기술 개발과 상용화는 사람의 생명과 관련되고 연구윤리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엄격하고 중첩적인 규제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관계부처부터 막힌 규제를 풀고 재정적·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바이오분야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달리 아이디어 창업이 어렵고 축적된 연구역량과 특화된 연구시설이 필요하다”며 “바이오 벤처 특성에 맞는 체계적 펀딩 체계를 구축하고 전문 액셀러레이팅 기능 등을 서둘러서 보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문회의는 규제개선으로 유전자 치료 연구범위 제한 규정도 없애자고 건의했다. 현재 국내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술 수준은 높지만, 유전자 치료연구 범위가 법적으로 암과 유전질환 같은 특정 질환에만 한정돼 있어 임상연구가 저조한 편이다. 탈모, 관절 등 연구 범위를 확대하고 법 문구를 수정하자는 의견을 냈다.
이와 함께 바이오 연구개발(R&D) 스타트업도 적극적으로 육성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선 `신기후체제 대응을 위한 탄소자원화 발전 전략`도 함께 보고했다. 온실가스 주요 성분인 이산화탄소·메탄 등을 활용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탄소자원 활용기술 개발 등이 주요 내용이다. 탄소기술 실증 시범단지를 조성하고, 탄소 자원화 생태계를 조성할 것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기후 패러다임을 적극 활용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한데, 탄소자원화 기술이 그 핵심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온실가스를 자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이 상용화 된다면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이고 경제적 가치까지 얻을 수 있어서 우리에게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 창출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탄소자원화 전략이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모델로 확산돼서 미래 신시장 선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술규제와 탄소 시장 등 과학기술 외교 역량도 확충해 나가야 한다”며 “바이오산업 생태계 확충과 탄소자원화전략이 제대로 시행되면 우리에게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데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