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이동통신, 기술력으로 앞장서자

이동통신은 아날로그 방식의 단말기 복제 생산 등 많은 논란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 습득을 통한 2세대 이동통신 상용시스템 개발에 이어 3세대 시스템까지 창의적 특허 창출을 통한 LTE 시스템 구현으로 발전하는 등 선진 산업화로 세계 스마트 단말기 시장 우위를 점했다.

국내 이동통신 기술 발전은 CDMA 기술 채택을 통해 확보한 기술력과 우수한 인력에 의한 뒷받침으로 이뤄졌다. 기술을 바탕으로 와이브로 시스템의 세계 표준화를 꾀하는 등 많은 노력을 경주해 왔다.

정보기술(IT)산업을 되돌아보면 광통신망 구축을 통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깔렸다. 이어 2000년 초반에 인터넷전화(VoIP) 기반 다이얼패드(Dialpad), 선풍을 일으키며 인기를 끈 동창생 찾기 애플리케이션(앱)인 아이러브스쿨, 양방향성 기사화를 도입한 온라인 매체 오마이뉴스 등이 나왔다. 이들 각각은 전 세계로 통용돼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스카이프와 페이스북, 한 때를 풍미한 웹 2.0의 선도적 창의 개발품과 다름없었다.

하드웨어(HW) 면에서 살펴보면 메모리 반도체 기술의 세계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대형 브라운관형 TV 모니터를 생산하던 시기에 한 축에서는 TV 모니터를 개인용 PC 모니터로도 활용하고자 한 앞선 창의 사고가 있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미 스마트폰이 손 안의 컴퓨터가 될 것임을 2000년 초반에 예견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시장을 주도하며 개발하던 선도 기술과 생각의 산업화에 실패하고, 후발 주자이던 외국의 기업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을까.

2000년대 초반에 컴퓨터 분야 노벨상인 `투어링상`을 받은 라즈 레디 미국 카네기멜런대 교수에게 차세대 IT의 방향을 물은 적이 있다. 한국이 모든 답을 가지고 있지 않으냐는 되물음에 매우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레디 교수는 국내 여러 기업과 학교에 자문역을 많이 해 우리가 보여 준 여러 형태의 기술 개발을 파악하고 있어서 이런 답변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간과하고 인정하지 않던 기술력과 창의력을 외부에서는 인정하고 있은 것이었다.

우리는 어떠했는가. 2007년에 애플 아이폰은 중앙처리장치(CPU)를 장착한 스마트 이동단말기의 개인 컴퓨터화를 불러왔다. 통신에다 컴퓨터를 접목시킨 `창조`에 환호했고, 한국 스티브 잡스 만들기 또는 따라잡기와 같은 프로젝트를 가동시켰다. 기술 인력과 기술 수준의 미진함에 대한 의문과 함께 정부는 외부 선점 기술에 큰 투자를 위한 새로운 마케팅을 펼쳤다. 지금까지 몇 명의 잡스를 탄생시켰는가.

창의력에 대한 집중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우수 인력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방향으로 국가 연구개발(R&D)이 지원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미래 기술에 대한 정확한 판단력이 필요하다. 모든 분야에서 1등 하기 위한 노력의 분산보다는 과학자 또는 기술자가 한 분야의 한 우물을 팔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 선점을 위한 각국의 노력이 이미 시작됐다. 유럽은 세계 표준화를 주도하며 이끌어 왔다. 일본은 오랜 기간 축적된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최근 이동통신 분야 산·학·연 연구 기금을 조성,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중국도 이동통신 분야와 공장 자동화, 자동차 산업 연계를 통한 대규모 국가 R&D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부족한 주파수 자원의 최적 활용을 위해 밀리미터파(㎜Wave) 대역 이동통신 활용 기술을 제안하는 등 새 기술 개발의 노력을 경주해 왔다.

양질의 우수한 기술 인력을 기반으로 산·학·연이 힘을 모아 표준화 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 개방형 테스트베드를 개발, 공용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검증된 시스템을 생산해 여러 형태의 산업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에코시스템을 창출하고, 이동통신 기술 강국으로서 우위를 지속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한영남 KAIST 교수(5G포럼 운영위원장) ynhan@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