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뇌 구조와 닮은 인공지능 반도체가 국책과제로 개발된다. 에너지 효율성이 매우 높은 개념으로 스스로 사물을 인식하고 학습까지 가능하다. 이 반도체가 개발되면 자율주행차,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사람 뇌를 모방한 인공지능 반도체 칩 국책과제 수행에 착수했다. 소프트웨어, 반도체 팹리스, 디자인하우스가 개발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국책과제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육성하는 10대 정보통신기술(ICT) 2016년 연구개발(R&D) 사업 가운데 하나다. 과제명은 `신경모사 인지형 모바일 컴퓨팅 지능형 반도체 기술 개발`이다. 지난 1월 공고 후 ETRI가 과제 개발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2019년까지 4년간 총 120억원 예산이 투입된다.
사람 뇌는 100억개 신경세포(뉴런)와 10조개가 넘는 연결구조(시냅스)로 이뤄져 있다. 신경세포 처리 속도는 초당 10회(10Hz)에 그쳐 GHz 단위로 연산을 처리하는 기존 중앙처리장치(CPU)와 직접 비교는 불가하지만 방대한 병렬연결 구조가 형성돼 있어 저전력으로 특정 대규모 연산, 특히 인공적 인지 능력을 수행하는 데 특화돼 있다.
ETRI는 대규모 뉴런과 시냅스를 반도체 회로로 구현하는 동시에 칩 단에서 딥러닝을 가능케 할 계획이다. 사물을 인식하는 시각인지 능력을 극대화한다. 100여개 물체를 85% 정확도로 실시간으로 인지(자동차, 표지판, 사람, 장애물 등 사용자가 설정 가능)할 수 있도록 개발 목표를 잡았다. 밀리와트(mW)급 적은 전력만을 소모하도록 개발할 방침이다. ETRI는 향후 이 칩이 자율주행차, 로봇 등에 탑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엄낙웅 ETRI ICT부품소재연구소장은 “현재 대부분의 인공지능 인프라가 클라우드 기반으로 작동하는데 ETRI는 네트워크 연결 없이 단일 칩으로 인공지능을 구현할 수 있는 반도체 칩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승리한 구글 알파고 시스템은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동시에 활용해 연산을 수행하는 구조로 전력 소모량이 170kW로 높다”며 “인공지능을 대중화하려면 적은 전력소모량을 구현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IBM은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지원을 받아 이미 오래 전부터 사람 뇌를 모방한 반도체 칩 개발에 역량을 쏟아왔다. 2011년 첫 공개된 1세대 제품은 256개 뉴런과 26만개 시냅스를 탑재한 제품으로 곤충 지능을 갖췄다. 2014년 발표한 2세대 뇌 모방 칩인 트루노스(TrueNorth)는 70mW 소비전력에 100만개 뉴런, 2억5600만개 시냅스를 탑재해 개구리 지능 수준을 구현했다. 작년 8월에는 다량의 트루노스를 연결해 4800만개 뉴런과 123억개의 시냅스를 구현해 생쥐 수준의 지능을 구현했다.
ETRI 경제성분석실 조사자료에 따르면 인공지능을 수행하는 단말 칩 시장 규모는 올해 약 4.4조원에서 2024년 12.7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