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키운다더니 예산 반 토막…핵심 데이터 확보 `비상`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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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뉴 노멀` 시대 극복 방안으로 제시한 바이오산업 육성전략이 `반쪽짜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엄격한 법·제도로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연구개발(R&D) 핵심 인프라 사업까지 제동이 걸림으로써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25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연구 기반 강화를 위한 `바이오뱅크 구축 사업` 예산이 당초 계획보다 절반 이상 삭감됐다. 사업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

바이오뱅크는 임상·역학 정보 등 인체 자원을 저장한 `데이터 은행`이다. 연구에 활용하는 환자와 정상인의 혈액, DNA 등을 포함한다. 인체 자원은 분석 기술이 발전되며 신약 개발, 임상, 치료 등 보건의료 분야의 핵심 자원이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관련 산업 경쟁력도 인체 자원 확보 여부에 달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청와대>

정부도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올해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바이오뱅크 구축을 활용한 연구 기반 강화를 발표했다.

질병관리관리본부는 바이오뱅크 사업을 추진하면서 5개 특화 질병 맞춤형 인체 자원 확보를 목표로 했다. 한국인이 자주 걸리는 질병을 대상으로 유전자 정보를 포함한 완성도 높은 인체 자원을 확보,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바이오뱅크 구축 사업 예산
바이오뱅크 구축 사업 예산

사업예산은 기획재정부 예산심사 과정에서 반 토막 났다. 연간 20억원씩 5년 동안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올해 확보한 예산은 8억5000만원에 불과하다. 예산 삭감에 따라 5개 특화질병도 1개로 줄였다. 수집하는 데이터 질과 양도 담보하기 어렵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정부 바이오산업 육성 의지에 따라 5개 특화질병을 대상으로 바이오뱅크 구축을 추진했지만 예산이 삭감돼 사업 변경이 불가피하다”면서 “기재부는 이 사업이 연구개발 영역이 아닌 인프라 분야라고 판단,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바이오뱅크는 인체 자원이 모인 은행을 넘어 바이오 R&D 성공에 마중물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등 관련 규제로 일반 기업이 완성도 높은 인체 자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바이오뱅크 역할을 하는 인체자원은행은 전국에 61개 있다. 그 가운데 복지부 지원을 받는 17곳은 우리나라 국민 30만명의 인체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 표준화가 안돼 있어 유전자 정보 등 깊이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기에 한계가 있다. 바이오뱅크 설립에 업계가 기대한 이유다.

`반쪽` 사업에 우려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밝힌 세계 100대 바이오 기업 육성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인체 자원 확보 및 지원에 열중하는 선진국과의 격차도 벌어진다. 영국은 `UK 바이오뱅크`를 설립해 50만명 인체 자원과 정보를 확보, 암과 희소질환 극복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등도 대규모 바이오뱅크 구축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인체 자원을 수입해야 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김한겸 고려대구로병원 교수는 “금 1g은 6만원가량 하지만 인체 자원의 하나인 조직은 1g에 1000달러 이상 거래된다”면서 “정부는 고부가가치 산업을 이끄는 바이오뱅크 사업을 기업과 병원에만 맡겨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