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업화에 기술료 10%를 재투자하도록 한 규정을 어긴 상당수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기술료 수입의 50% 이상을 참여 연구원에게 보상금(인센티브)으로 지급하라는 규정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기술료 사용규정이 사실상 사문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전자신문이 입수한 출연연구기관 2011~2015년 5년치 기술료 사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 출연연 25곳의 연구원 보상금 평균은 28%에 그쳤다. 정부가 50% 이상을 보상하라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곳은 15곳에 달했다.
기술료 사용내역에서 `참여연구원 보상`은 2011년 평균 50.07%, 2012년 47.03%, 2013년 51.3%로 유지됐다. 그러다 2014년부터 인센티브 평균이 40% 이하로 급격히 떨어졌다. 2014년 38.75%, 2015년 28%으로 갈수록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05년부터 국가 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는 연구원이 성과에 따라 50%의 기술료 인센티브를 지급받을 수 있게 했다. 과거 35%에서 연구원 의욕 고취를 위해 50%까지 올린 것이다. 초창기에 연구원들이 억대 연봉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지만 10년이 지났어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 연구원에게 50%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는 출연연이 다수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구원 인센티브를 가장 적게 지출한 곳은 한국원자력연구원으로 1%를 지급했다. 원자력연구원은 2014년에는 24.94%를 주는 데 그쳤다. 기술료는 통상 1년 안에 지급 기한을 둔다. 이 때문에 회계연도 안에 지급이 안 되면 다음해로 넘어간다. 하지만 2년 연속 이 비중이 낮다는 것은 연구원 성과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대표 출연연으로 꼽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인센티브 보상이 낮았다. KIST는 연구원 인센티브로 지난해 37%, 2014년 31.8%를 지급했다. ETRI는 지난해 41%, 2014년 36.25%를 성과급으로 보상했다.
양성광 청와대 미래전략수석 과학기술비서관은 “연구원 성과 고취를 위해 마련된 제도가 현실에서는 적용이 안 되는 경우가 있는데 미래 신성장동력을 발굴할 인재인 연구원 인센티브 50%는 지켜져야 한다”며 “출연연들이 `억` 단위의 작은 기술료가 들어오면 50%를 주면서, `백억` 단위의 큰 기술료가 들어오면 인센티브 비중을 지키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성주 미래창조과학부 연구성과혁신정책관은 “밤샘 연구로 성과를 냈더니 연구원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기술료를 나눠 갖는 등 인센티브 비중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연구자 의욕을 좌절시키는 일”이라며 “연구자 로열티를 높이기 위해서 출연연 실태조사를 시작해 상황을 파악하고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출연연 한 연구원은 “기술료의 50%를 연구원에게 줘도 팀에서 나누고 나면 정작 개인 연구원의 손에 떨어지는 것은 별로 없다”며 “개발 성과를 내도 남는 게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연구의욕 고취를 위해 인센티브 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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