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양적완화가 추진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청와대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한국형 양적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돈 풀어 버티기`라는 일부 비판을 불식하고 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 완화, 경기부양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이 꺼내든 한국형 양적완화는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이번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약으로 내세운 사안이다.
강 위원장이 제시한 한국형 양적완화는 중앙은행(한국은행)이 시중 채권을 매입하는 형태로 돈을 시중에 푸는 것을 의미한다.
양적완화 초점은 기업 구조조정에 맞춰졌다. 한국은행이 산업은행의 산업금융 채권을 매입해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을 제공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은행이 국채와 정부보증채만 살 수 있도록 규정한 한국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형 양적완화에는 또 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의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을 사들여 상환 기간을 20년 장기분할로 전환, 서민 부담을 덜어내는 방안도 포함됐다.
즉 강 위원장이 내건 `양적완화`는 한국은행이 산업은행 채권을 인수해 기업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하고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권도 가져와 주택담보대출 상환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가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강 위원장은 지난 7일 한국방송기자클럽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중앙은행이 이제는 인플레만 막는 역할(물가 안정)을 하는 시대가 아니라 다른 선진국처럼 경제가 가라앉으면 그것을 일으키고 금융시장에 돈이 막힌 곳이 있으면 뚫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나 일본이 시중 자금을 그냥 풍부하게 만드는 양적완화를 했다면 나는 그게 아니라 우리 경제의 구조를 바꾸는 데 분명한 목표를 두고 한은의 지원을 받자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한국판 양적완화는 이들 미국, 일본, 유럽처럼 돈을 찍어 내 시중에 푸는 방식과 다르다. `한국판`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미국 등 사례에서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채권 매입을 통해 통화를 시중에 직접 공급하는 통화정책이다. 해당 국가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제로 금리까지 떨어졌지만 돈이 풀리지 않자 등장한 수단이다.
양적완화는 일본이 가장 먼저 도입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이 같은 국채 매입 전략을 도입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국채 매입 규모를 늘리는 추가 양적완화 방침을 발표했다. 모두 기준금리를 `0%`까지 내리고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도입한 극약 처방이다.
이와 달리 한국형 양적완화는 한국은행 발권력을 동원해 산은채나 MBS 등을 사게 하는 방식으로 기업 구조조정 지원과 가계부채를 완화시키는 데 집중한다. 문제는 두 채권이 모두 현행법상 한은이 인수할 수 있는 채권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현행 법령상으로는 한국은행이 MBS나 산업은행 채권을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국은행법 제76조(정부보증채권의 직접인수)는 `한국은행은 원리금 상환에 대해 정부가 보증한 채권을 직접 인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행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야권 협조가 절실한 사안이다.
그러나 총선 참패로 1당 자리를 내준 새누리당이 정책을 추진해 나가기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은 “정부가 경제 성장을 위해 한은을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산업은행채와 MBS를 한은이 사들일 수 있도록 보증해 줄 경우 국가 채무가 늘어난다는 문제점이 있어 논란도 예상된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