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1년 6개월을 맞아 가장 뜨거운 논란은 `지원금 상한`이다.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하고 통신사가 마음껏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휴대폰을 싸게 팔겠다는 것을 왜 정부가 막느냐는 논리다. 이용자 차별만 하지 않는다면 지원금이 많아질수록 소비자가 이득이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렸다.
정부 생각은 다르다. 현행 지원금 상한인 `33만원`을 바꿀 생각이 없다.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선 “6월까지 고민하겠다”고 했지만 속내는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원금 상한제가 3년 일몰 규제인 만큼 기다려 보자는 입장이다. 제도를 고칠 기회가 얼마든지 있으니 지금은 정부를 믿고 맡겨 달라는 의미다. 더 중요한 이유는 보조금 경쟁이 무의미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휴대폰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행위는 세계 현상이다. 통신시장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보조금이 등장했다. 값비싼 휴대폰 보급률을 높이고 가입자를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조금이 유용했다.
하지만 시장이 포화상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보조금은 `제로섬 게임`에 빠진다. 가입자 유치 효과는 떨어지고 돈은 돈대로 나간다. 통신사는 보조금을 지급할 유인이 떨어진다. 차라리 그 돈으로 통신망에 투자하거나 요금을 내리는 게 낫다.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인 곳에서는 보조금 폐지가 세계 추세다. 2007년 일본 NTT도코모를 시작으로 스페인 텔레포니카, 영국 보다폰 등이 단말 보조금을 폐지했다. 미국에선 2013년 T모바일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AT&T, 버라이즌, 스프린트 4대 통신사가 모두 보조금을 없앴다. 이들은 보조금을 없애는 대신 요금을 내리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등 차별화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장기로 볼 때 보조금을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요금을 내리는 게 옳다고 본다. 우리나라 역시 휴대폰 가입자 수가 인구 수를 추월한지 오래다.
박노익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장은 “세계적으로 봐도 보조금 경쟁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가계통신비를 낮추는 방향으로 유통구조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