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TV vs 케이블·가전사, `UHD 주도권 놓고 격돌`

지상파TV, 유료방송업계, 가전업체가 UHD시장을 놓고 주도권 경쟁을 시작했다. 당장 지상파TV가 UHD콘텐츠를 암호화하는 쪽으로 표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UHD 프로그램 독점력을 강화해 콘텐츠 대가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유료방송 사업자와 가전사는 즉각 반발하고 나서 UHD산업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TTA표준 추진하는 `지상파TV`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26일 지상파TV가 초고화질(UHD) 콘텐츠를 암호화해서 송출하는 `콘텐츠 보호`를 TTA UHD 방송표준으로 제안했다고 밝혔다. 지상파TV는 UHD 콘텐츠 암호화를 UHD표준 항목으로 추진한다.

지상파TV는 불법 지상파 콘텐츠 유통을 막기 위해서 UHD 콘텐츠에 수신제한시스템(CAS), 워터마크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CAS는 특정한 사람만 채널과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방송용 보안 솔루션이다. 국내 방송표준은 TTA 표준이 유일하다. 지상파TV가 추진하는 `콘텐츠 보호`가 `UHD 방송통신` TTA 표준으로 정해지면 산업적 영향력을 갖는다.

지상파TV는 UHD프로그램 암호화는 불법 콘텐츠 유통을 막기 위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TV와 인터넷 불법유통을 막기 위한 기반 조치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건은 TTA 하위 지상파TV, 가전사, 유료방송사업자, 연구기관 등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 주도로 의견 수렴 과정에 있다. 별 문제가 없으면 프로젝트그룹에서 기술위원회로 올라간다. 기술위원회는 안건에 기술적인 문제만 없으면 TTA 총회에 상정한다. 총회에서 통과되면 TTA 표준으로 제정된다.

◇반발하는 유료방송사와 가전사

유료방송사는 지상파가 UHD 콘텐츠를 암호화하면 콘텐츠 독점력이 높아진다고 우려한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사간 HD방송에 대한 실시간 재송신(CPS) 콘텐츠 대가를 둘러싼 갈등도 해결되지 못한 상황이다. 지상파TV와 케이블TV는 실시간 CPS 대가를 놓고 50여건이 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지상파TV 콘텐츠에 암호가 걸리면 지상파TV 목소리가 더 높아진다”며 “지상파TV 콘텐츠 대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유료방송사와 가전사는 지상파TV 프로그램 암호화를 풀기 위한 추가 비용도 우려했다. 추가 비용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료방송과 가전업계는 지상파TV가 암호화된 콘텐츠를 보내면 이것을 풀기 위한 장비를 새로 구입해야 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지상파TV 프로그램 CAS를 풀기 위한 장비를 국내 TV단말기에만 추가로 탑재하면 비용이 더 올라가고 이는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불법 콘텐츠 유통과 UHD 콘텐츠 암호화 상관 없어

유료방송업계와 가전사는 UHD 방송불법 콘텐츠 유통 근절과 프로그램 암호화가 크게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미 유료방송사업자는 지상파TV에 방송신호를 받은 뒤 암호화한 뒤 전송하고 있다. 굳이 지상파TV가 처음부터 암호화를 해 유료방송사업자에 줄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가전사도 이미 유통되는 TV단말기는 자체 콘텐츠 보호 기능이 있어서 불법유통을 막는 기능이 있다고 주장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이미 TV에는 불법 콘텐츠 복제나 유통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있어 굳이 지상파TV가 프로그램에 CAS를 거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유료방송 관계자는 “유료방송을 통해 불법복제 되는 지상파 콘텐츠는 거의 없다”며 “무료보편서비스인 UHD 방송에 왜 암호화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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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