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조선, 철강 등 한국 주력산업이 퇴진하고 있다. 핀테크는 한국경제가 총력을 기울여야 할 유망 산업이다. 중국 알리바바, 미국 페이팔을 넘어설 `될성부른` 국내 핀테크기업을 직접 만나 목소리를 들어본다.
“신용평가사는 저축은행, 카드론 등 제2금융권 기록이 있으면 무조건 신용등급을 하락시켜요. 우리는 심야시간 택시비 사용, 유흥업소 결제가 과도하면 신용평가에서 부정적 요소로, 정기적인 책 구매, 헬스클럽에 다닌 카드결제 내역이 있으면 상환의지가 높다고 판단해요.”
김우식 (주)핀테크 대표는 카드 사용내역으로 소비패턴을 파악하고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 내역을 분석해 개인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핀테크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전 2014년 모회사인 `핑거`에서 분사했다.
일찍 핀테크 시장에 뛰어들어 지금은 보편화된 `핀테크`란 단어를 운좋게 회사명으로 쓸수 있었다.
신용평가사(CB사)의 획일적인 신용등급 산정을 그대로 금융사에 적용하는 우리나라에서 카드소비내역과 SNS를 이용한 신용평가는 생소한 방식이다.
KEB하나은행에서 근무한 경험이 새로운 신용평가모델을 만들게 된 촉매제가 됐다.
김 대표는 1993년 하나은행에 입행해 2011년 회사를 나왔다. IT 관련부서에서 10년 일하고 영업점에서 대출업무도 맡았다.
그는 “은행 대출에서 탈락한 사람을 구제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는데서 시작했다”며 “기존 금융사에서 7~8등급인 사람 중에도 실제 거래내역을 보면 소비생활도 건전하고 저축도 해 대출을 감당할 여지가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신용평가에서 탈락하면 20%가 넘는 고금리로 빠질 수 밖에 없는 사각지대에서 중금리대출 시장 가능성을 봤다.
김 대표는 “해외는 관리비를 충실히 내는 사람에게 대출 한도를 더 주는 항목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며 “다각화된 (신용평가)항목들을 찾아내 앞으로 서비스를 고도화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목표는 대형 금융사와 신용평가모델 제휴 그리고 해외시장 진출이다.
이미 지난달 (주)핀테크는 한화생명과 손잡고 신용등급 4~7등급 고객을 타깃으로 중금리 대출을 내놨다.
김 대표는 “은행권 1~2개, 대형캐피탈·보험사 3~4개와 올해 제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용대출 평가모형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은 개발도상국 진출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자체 개인간(P2P)대출 사업도 병행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중장기적으로는 신용평가를 넘어서 축적된 빅데이터로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을 구상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국세청, 국민연금, 건강보험공단, 카드 사용내역, SNS 등 본인 동의하에 수집된 데이터로 개인의 자산운용에 대한 분석도 자연스럽게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핀테크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도유망한 기업이 제도적으로 편하게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금융당국에서 정책자금을 많이 풀었다고는 했지만 금융사에서는 여전히 매출, 투자액 검증을 요구하는 서류만 수십개고 대출 장벽이 높다”며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전까지 중소 핀테크기업이 도약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