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19대 마지막 국회에 요구하는 가장 긴요한 과제는 은행법 개정안 처리다. 은산(銀産) 분리 완화를 골자로 한 은행법 개정안에 인터넷전문은행의 명운이 달렸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과 관련한 2건의 은행법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 당국은 카카오, KT 등이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위해 소유규제 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카카오와 KT는 현행법상 은행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
현행 은행법은 은행과 산업자본 경영을 분리하는 `은산분리`를 대원칙으로 하여 대주주가 비금융 주력 회사인 경우 은행 경영에 대한 의결권 참여를 4%(의결권 없는 주식 포함 시 최대 10%)로 제한한다.
은행법 개정안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 지분 한도를 4%에서 50% 정도로 늘려 주는 것이다. 그러나 `재벌 사금고화`를 이유로 은행법 개정에 반대한 야당이 제1당이 되면서 통과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은행법 개정안이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허물어서 자칫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를 가속화할 우려를 제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 여당은 인터넷은행에 한해 예외로 풀어 주는 것이어서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법 개정을 전제로 참여한 투자자가 많아서 법 개정이 불발될 경우 투자자 이탈, 지배구조 불안 등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특히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른 지주회사의 지배를 받는 중간지주회사가 주식 보유를 통해 금융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간금융지주법의 골자다. 그러나 삼성 등 대기업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될 수 있다는 야당 반대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에 대해 “중간금융지주사 설립은 사업 연관성이 있다는 조건 아래에서 어느 정도 허용해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는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여러 갈래 쪼개진 개인연금의 활성화를 하나의 법으로 묶은 개인연금활성화법도 정부 입법으로 제정할 계획이다. 지금은 개인연금 가입자 본인이 종목을 선택한다. 그러다 보니 수익률이 매우 낮다. 악순환이 될 수밖에 없다. 법이 제정되면 판매사마다 다양한 운용 방식을 담을 수 있어 개인연금 운용 수익률이 개선될 수 있다.
정우택 의원(새누리당)이 발의한 기업신용공여법도 통과해야 할 법이다.
기업신용공여를 200%까지 늘리는 법이다. 현재 신용공여는 일반 개인이나 기업 모두 100%로 상한이 정해져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기업여신 여력이 늘어나 투자은행(IB)이 활성화 될 수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정무위에 계류돼 있다.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바꾸고 코스피, 코스닥, 파생상품 등 거래소 내 3개 시장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내용을 담았다. 여당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한국거래소(KRX)의 지주사 전환과 기업공개(IPO) 등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단 입장이다. 또 부산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상공계는 자본시장법과 부산 국제금융 도시화 플랜이 연계돼 있어서 법안 통과를 한목소리로 촉구하고 있다.
이 법안은 거래소 본사의 부산 이전을 명시하는 것을 두고 야당 반대에 부딪혀 왔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더민주가 부산 의석 17개 가운데 5개를 차지, 부산 민심을 외면하기 어려워지면서 법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