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티볼리 에어, 올뉴 K7, SM6, 올뉴 말리부 등 수입차 버금가는 성능을 갖춘 국산차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수입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주력 고객으로 부상하던 20~30대 젊은층이 국산차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 이에 수입차 업체는 대대적인 할인과 프로모션을 앞세워 고객 유치에 나섰다.
1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중형세단 올뉴 말리부는 지난 27일 사전계약 개시 하루 만에 계약건수 2000대를 돌파했다. 이는 한국지엠이 출시한 차량 중 가장 높은 사전계약 첫 날 기록이다.
올뉴 말리부는 동급 최대 크기와 성능을 갖춰 차급을 넘나드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았다. 전장이 4925㎜로 준대형 차량인 현대차 그랜저보다 길다. 확대된 차체에도 불구하고 초고장력 강판 사용 비중을 늘려 이전 모델 대비 130㎏의 차체 경량화를 달성해 연비를 높였다.
르노삼성차 SM6는 지난달 출시와 동시에 6751대 팔리며 현대차 LF쏘나타(6442대)를 제치고 국산 중형차 판매 1위를 기록했다. 2006년 7월 이후 9년 8개월 만의 1위 탈환이다. 르노삼성차와 르노그룹이 5년 간 7억유로(약 9115억원)를 들여 개발한 SM6는 R-EPS(전자조향장치), AM링크 후륜 서스펜션, 초고장력강판(인장강도 132.56kgf/㎟) 등 동급 수입차 이상의 상품성을 갖췄다.
기아차 올뉴 K7과 쌍용차 티볼리 에어도 높은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초 출시한 K7은 누적 계약 대수가 3만대를 돌파해 올해 내수 판매목표(5만대)의 60% 이상 달성했다. 지난달 출시한 티볼리 에어는 출시 한 달 만에 판매 목표(1만대) 절반을 넘어서는 누적계약을 기록 중이다.
이처럼 국산 신차 판매가 활발해지면서 수입차 시장은 축소됐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수입차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한 5만5999대를 기록했다. 1분기 수입차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2009년 이후 7년 만이다. 내수 점유율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8% 포인트 감소한 15.6%에 불과했다.
이는 수입차 주력 고객인 20~30대 젊은층이 비싼 수입차 대신 합리적인 국산차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현재 KAIDA에 따르면 수입차 시장에서 20~30대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45.5%이다. 특히 30대는 전체 38.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SM6, K7 등 국산 신차 대부분 가장 구매가 많은 세대 역시 30대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젊은층은 수입차에 대한 호기심과 높은 성능, 과시욕 등을 이유로 수입차 구매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 국산차 품질이 높아지면서 회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수입차 업체는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내놓았다. 올해 1분기에만 20여종 신차를 출시했지만 판매효과가 미비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골프, 제타, 티구안 등 주력 모델을 대상으로 36개월 무이자 할부 프로모션을 실시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A클래스, B클래스, CLA클래스, GLA클래스 등 콤팩트 모델을 대상으로 무이자 할부를 시작했다. 포드와 푸조는 60개월 무이자 할부를, FCA코리아는 최대 600만원의 할인 혜택을 제시했다. 한국닛산도 최대 270만원 상당 주유 상품권을 프로모션으로 내놨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30대 구매층은 수입차 성장을 이끈 세대로 중소형 차량 중심 무이자 할부 프로모션과 할인행사를 통해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며 “향후 출시되는 신차들 역시 20대부터 40대까지 젊은 층에게 인기 있는 모델들이 주를 이뤄 판매 신장을 노린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