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주니퍼 등 전통적 네트워크 장비 강자가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 탈바꿈한다. 하드웨어 기기를 팔던 네트워크 장비시장이 SW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주요 기업이 올해 핵심 사업으로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를 꼽으면서 통신·네트워크 업계 경쟁구도도 재편될 것이란 예측이다.
시스코코리아는 최근 `디지털네트워크아키텍처(DNA)`를 발표하며 SW기업으로 거듭난다고 밝혔다. 시스코 네트워크 장비에서 SW부분을 분리해 따로 판매하는 방식까지 고려한다. 시스코코리아 관계자는 “네트워크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화이트박스(깡통 스위치)`도 팔 수 있다”며 “하드웨어 성능보다는 SW 기능 구현이 업계 경쟁력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스코가 깡통스위치를 판다는 것은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존 스위치·라우터 등 장비 주도권을 확보했던 시스코가 사업 전략을 바꾼다는 의미다. SW에 무게를 두면 기존 스위치·라우터 장비 중요도는 반감된다.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자 하는 시스코가 자사 솔루션 가운데 SW 비중을 높이면 후발주자들도 SW 기능으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
SDN·NFV 사업도 강화한다. 5G 통신시장을 준비하면서 핵심 기술이 SDN·NFV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11일 크리스 헥처 시스코 아시아태평양·일본 통신사업 총괄 사장이 방한해 국내 SDN·NFV 사업 전략을 밝힐 예정이다.
주니퍼도 SDN·NFV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인다. 최근 개방형 네트워크 생태계를 강조하는 주니퍼는 오픈네트워킹 관련 커뮤니티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개방형 네트워크 기술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주니퍼코리아는 “하드웨어 쪽은 속도와 용량 확대 등 프리미엄 스위치·라우터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이라며 “사업은 SDN과 NFV 등 SW 기반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웨이도 복병이다. 아직까지 국내 SDN 시장에서 두드러진 공세를 펼치진 않고 있다. 하지만 화웨이는 SDN·NFV 관련 특허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확보한 기업이다. 사업 방향이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언제든지 시장 공략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다면 시장 주도권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SDN 시장이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화웨이가 나선다면 2~3년 안에 시장 점유율을 꽤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네트워크 장비 업계 간 경쟁이 SW 시장에서 다시 불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