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가장 많은 사망 사고를 낸 옥시레킷벤키저가 공정한 보상안 마련을 위해 독립 운영되는 전문가 패널을 오는 7월까지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 대표단은 수사 면피용 사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옥시벤킷레키저의 영원한 퇴출을 요구했다.
2일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대표는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5년 만에 공식 사과했다. 그는 “(정부 피해조사)1등급과 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 분들 가운데 저희 제품을 사용한 분들 대상으로 포괄적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프달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고통 받은 분들을 위해 인도 차원으로 기금이 사용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사프달 대표는 기자회견을 여는 의미에 대해 전적으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라며 “1, 2등급 피해자 보상안은 따로 마련했다”면서 “인도 차원의 기금 100억원은 1, 2등급 피해자를 제외한 다른 피해자를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증거 은폐 조작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는 대로 회사 강령에 따라 시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옥시 측은 피해자의 공정한 보상안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독립 운영되는 전문가 패널을 오는 7월까지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패널이 피해자의 의견을 반영해 보상 금액을 정하는 방식으로 영국 본사와 한국법인이 함께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피해자 보상이 5년가량 늦어진 데 대해서는 적절한 해명도, 피해자를 위한 구체적인 보상 방법도 제시하지 못했다. 옥시 관계자는 “사과 보상 대책안의 마련 이유는 충분하고 완전한 보상안을 마련할 때까지 기다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은 도중에 화가 난 피해자 가족이 등장하면서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한 피해자 가족은 “누구한테 사과하는 것이냐. 죽은 아이를 어떻게 살려낼 것이냐”며 소리쳤다.
기자회견 종료 후 가습기살균제피해자 유가족연대는 옥시의 입장 표명에 대해 `면피용 사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최승운 가습기 살균제피해자 유가족 대표는 “우리 아이가 만 한 살 때 병원 입원 8개월 만에 중환자실에서 사투하다가 곁을 떠났다”면서 “사회악 옥시는 대한민국에서 자진 철수, 폐업하길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옥시는 지난 1996년 출시한 가습기 살균제를 리뉴얼, 2001년부터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 성분이 든 살균제를 판매해 왔다.
정부의 1·2차 가습기 살균제 피해 현황 조사에 따르면 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거의 확실(1단계)하거나 가능성이 큰(2단계) 피해자는 모두 221명이다. 조사 대상자 530명 가운데 옥시 제품을 쓴 사용자는(타 제품과 함께 쓴 사용자 포함) 404명(80.3%)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