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또하나의 틈새시장 중고차 금융, `부익부 빈익빈` 심화

중고차금융은 완성차 업체의 영향력이 작용하지 않고 캡티브 시장도 존재하지 않는 완전경쟁 시장이다. 시장 진입이 용이해 최근 다수 캐피털사가 뛰어들고 있으며, 다른 금융권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중개수수료 상한제가 실시된 이후 선점업체와 후발업체 간 영업력 차이는 더욱 커졌다. 많은 캐피털사가 중고차금융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큰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중고차금융은 무엇보다 중개인 역할이 중요하다. 즉 중고차 매매업체가 소비자로부터 금융 제공 문의를 받으면 매매업체는 해당 내용을 금융 중개인에게 전달한다. 중개인은 제휴 캐피털사에 한도와 금리 등 대출 조건을 확인해 소비자에게 할부 또는 론을 중개하는 구조다. 소비자와 금융 계약이 체결되면 캐피털사는 금융 중개인에게 중개수수료를 지급하고, 중개인은 이 가운데 일정 부분을 떼어내 매매업체에 지급함으로써 거래가 완료된다.

금융계약 체결 과정을 보면 금융상품 선택권은 소비자가 아닌 매매업체와 금융 중개인이 가지고 있다. 캐피털사 입장에서는 우호 제휴 관계와 선순위 계약 확보가 영업 활동의 핵심이다. 전략 선택에 따라 수수료율을 제시하면 단기간 내 빠른 영업 확대가 가능했다.

하지만 중개수수료 상한제가 시작된 이후 시장은 급변했다. 수수료율에 대한 상한이 생기면서 중개 채널을 유인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수수료율의 탄력 적용을 통해 시장 진입과 점유율 확대가 용이하던 과거 영업 방식은 상당 부분 효력을 잃게 됐다. 꾸준한 금융 공급을 제공할 수 있는 시장 선점업체에 중고차금융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관 시장은 현대캐피탈과 KB캐피탈이 잠식하고 있다. 촘촘한 영업 네트워크를 보유한 덕이다. 후발업체는 다이렉트 영업을 시장침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금융 중개인을 경유하는 현재의 시장 구도가 쉽게 깨지진 않은 전망이다. 후발업체의 영업 여건은 더욱 어려워졌고, 상·하위 업체 간 양극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중고차 거래 대수는 총 368만대를 기록했다. 신차 시장의 2배를 넘어섰다. 하지만 금융 유입 비중은 15% 안팎으로 신차 대비 4분의 1에 불과하다. 업계는 중고차금융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15%에 불과한 금융이용률을 신차금융 절반 수준으로만 끌어올려도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확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시장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의 투명화를 통해 개인 간 직거래 수요를 흡수하고, 원가구조 개선으로 금리를 낮춰 다양한 고객층을 유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