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회장 "부실채권 정리·글로벌 진출에 총력"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출입기자 초청 간담회에서 농협의 경영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출입기자 초청 간담회에서 농협의 경영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농협금융지주가 부실채권 정리와 글로벌 진출, 핀테크 기반 사업 역량 확대를 올해 최우선 경영과제로 내세웠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3일 “부실채권(고정이하 여신) 정리는 누군가 해야 할 일이고, 건전화를 위해 빅 배스(Big bath)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5대 취약업종에 대한 부실규모가 크기 때문에 신규대출은 당분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 채무조정이나 법정관리 등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한 업체의 정상화를 위해서만 채권단 협의를 거쳐 추가자금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간담회에서 취약산업에 대한 대규모 여신의 부실과 이에 따른 대책을 설명하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농협금융의 단일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와 부실채권 정리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김 회장은 “조선·해운업 등 5대 취약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가시화하는 시점에서, 이에 대한 위험에 가장 노출된 은행이 농협”이라며 “현재 우리나라가 지니고 있는 취약점과 거의 같기 때문에 그 여파가 쓰나미처럼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실제 농협은행 1분기 당기순이익은 3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2% 급감했다. 조선업과 해운업에 불어 닥친 불황 여파로 부실채권에 대한 충당금을 대거 쌓았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은 이미 대기업 여신 심사 강화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농협금융은 지주 내 산업분석팀을 신설해 외부 전문 인력을 채용했고, 분석대상 업종도 기존 24개에서 143개로 확대했다. 산업 부실화에 대한 위험을 상시 감시하는 체제를 가동한다.

또 농협은행의 신용감리부 인력을 지난 2014년 30명에서 올해 52명까지 늘리고 조기경보시스템·편중 여신관리시스템 등을 구축했다.

김 회장은 직접 경영간담회를 주관하고, 은행 내에 건전성 관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매일 진행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향후 2년 이내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여신을 전수 조사해 이에 대한 대책도 수립하고 있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글로벌 시장 진출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글로벌 시장 진출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외형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과 내실 경영에 힘을 쏟겠다는 복안이다.

대규모 부실채권 해결방안도 제시했다. 김 회장은 “현재 부실채권 및 향후 2년 내 부실가능성이 있는 채권을 전수조사하고 있다”며 “빅배스를 통해 부실채권을 털고 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NH농협금융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2년간 빅배스를 단행할 경우 현재 보유한 부실은 모두 해소할 것으로 판단했다.

김 회장은 “고위험 업종 쏠림 현상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현안 업체 별로 전담자를 지정해 특수채권 회수를 강화할 것”이라며 “2020년에는 고정이하여신 비중을 1.0% 까지 낮춰 업계 선두권 클린뱅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시장 진출, 핀테크·스마트금융 강화에 대한 계획도 공개했다.

농협금융은 올해 중국 공소그룹과 연계 합작 사업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우선 농협캐피탈이 공소그룹 융자리스회사 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리스 회사를 출범하고, 합작 손해보험사도 선보일 예정이다. 농협생명이 참여한 인터넷 소액대출 회사와 NH투자증권이 참여하는 소비금융 회사 등도 고려 대상이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스마트금융 강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스마트금융 강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또 농협금융은 전 계열사의 상품을 통합한 인터넷 융합플랫폼 `올원뱅크`를 오는 7월 선보일 방침이다. 이 플랫폼에서는 은행 상품뿐만 아니라 보험상품, 농협 유통망을 활용한 상품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