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시공사, 국산 전송 장비 배제(?) 논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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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철도공사가 디지털 전송장비 개량 사업에 국산장비가 참여할 수 없는 규격을 제시했다. 중소기업 적합 업종에 해당하는 물품임에도 외산 장비 도입 의지를 밝힌 것으로, 국내 업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백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장비가 무용지물이 됐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서울도시철도공사 2016년 사업발주 계획에 따르면, 81억원 규모 디지털 전송장비 개량 사업 내용에 `인터넷프로토콜(IP) 방식 캐리어 이더넷 54개소`라고 명시됐다. IP 기반 캐리어 이더넷은 `IP-MPLS`로 불리는 장비로, 국내 네트워크 전송장비 업체는 개발하지 않는 방식이다. 주로 외국계 네트워크 장비업체가 IP-MPLS 제품을 공급한다. 코어망 연동은 유리하지만 구축 비용이 비싸다는 것이 단점이다.

IP 방식이 아닌 캐리어 이더넷(MPLS-TP)을 개발, 제품을 공급하는 국내 네트워크 장비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제안서(RFP) 공식 발표 이전이지만 발주 계획에 `IP 캐리어 이더넷`을 명시, 사실상 국산장비를 배제한다는 주장이다. 국산 네트워크 장비업체 임원은 “스위치, 라우터 영역에 가까운 IP 캐리어 이더넷을 전송 장비 분야에서 사용하려는 것”이라며 “아직까지 철도 등 메트로 전송망 사업에 IP 캐리어 이더넷이 공급된 사례가 없어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메트로 전송망에 공급된 MPLS-TP 방식으로 장비를 구입해야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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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도시철도공사도 MPLS-TP 제품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MPLS-TP가 중소기업 적합 업종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당시 중소기업청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부산도시철도공사 전송망 사업에 들어가는 MPLS-TP는 기존 전송장비를 대체하는 중소기업 적합 제품으로 판단했다. 외산 네트워크 장비보다 국산 중소기업 장비로 망을 구축하라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IP 캐리어 이더넷 방식으로 사업 규격을 제시한다면 MPLS-TP 중소기업 적합 여부가 다시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가 IP 캐리어 이더넷으로 메트로 전송망을 구축하면 수백억원을 투자한 국산 장비가 쓸 곳이 없어진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국내 MPLS-TP 개발사 관계자는 “7년 동안 매년 30억원씩 투자해 장비를 개발했는데 신규 장비 도입 분위기가 확산되면 시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며 “전송망 분야에 적합한 장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장비 업계가 MPLS-TP를 개발하는데 투자한 연구개발(R&D)비는 회사당 200억원에서 300억원 수준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이달 안에 RFP를 공지할 예정이지만 IP 캐리어 이더넷과 MPLS-TP 규격을 두고 어떤 방식으로 갈지 확정하지 못했다”며 “공식 발주 이전에 여러가지 사안을 감안해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