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구진이 공동으로 병원 감염을 효과적으로 진단하는 플라스틱 칩을 개발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유영은 나노공정연구실 책임연구원이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에 근무하는 이학호 교수와 공동으로 `병원감염` 진단 칩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지(5월 6일자)에 게재됐다.
이 연구에서 기계연은 플라스틱 나노마이크로 성형기술과 패키징 기술을, 하버드 대학 연구팀은 감염 진단을 위한 소자 설계를 맡았다.
공동 연구팀은 진단 소자 제작 시간을 기존 수 십분 이상에서 1분 이내로 단축하는데 성공했다. 또 결과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도 3~5일에서 2시간으로 크게 단축했다.
병원감염은 입원 전에는 감염되지 않았던 사람이 퇴원 후에 감염증상을 나타내는 등 병원을 찾았다가 오히려 다른 질병에 감염되는 경우를 말한다. 미국 6800여개 병원에 연간 입원한 환자 3500만명 가운데 5~10%가 병원감염 증상을 보이고 이 중 6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다.
연구팀이 개발한 검출시스템은 기존보다 소형화되고 분석결과도 신속하게 얻을 수 있다. 특정 병원감염균 핵산 염기서열을 인식할 수 있는 DNA 탐침을 이용해 총 감염균 양과 종류, 항생제 내성 및 독성과 관련된 총체적 정보를 분석할 수 있다.
플라스틱 신용카드 절반 크기의 진단 칩은 기계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던 나노 마이크로 사출성형 기술을 이용해 개발했다. 대량생산에 적합한 플라스틱 사출성형기술을 접목해 소자당 생산시간을 1분 이내로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또 소형신호측정 장비를 이용하면 2시간 안에 스마트폰으로 분석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병원감염 진단을 위한 기술이 제대로 상용화되지 않았다. 박테리아 배양을 통한 감염균 진단에는 최소 3~5일이 걸린다. 그나마 전문가가 아니면 진단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신기술융합형성장동력사업 지원을 받아 확보한 기술이 활용됐다. 향후 이 기술을 기반으로 기술이전과 연구소 기업 설립, 연구지속을 위한 신규 융합과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 두 연구팀은 지난 2014년 혈중 암세포 진단과 관련된 미국 학회에서 만나 연구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공동연구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
유영은 책임연구원은 “검진을 위한 소자는 정밀도 및 휴대성을 높이기 위해 나노마이크로 구조를 적용해 소형화하고 경제성 및 보급성을 위해 양산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한 나노마이크로 사출성형은 매우 유망한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유 책임은 또 “실험실 수준의 검출기술, 바이오소자 기술을 대량생산을 가늠할 수 있는 수준까지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희범 과학기술 전문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