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는 애플 `아이폰SE` 국내시장 성공 가능성에 대해 각각 4대6 또는 3대7 정도로 회의적이다. 이미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상당수가 5인치 이상 패블릿폰에 익숙해졌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20만~30만원대 중저가폰이 확산일로인 상황에서 50만원대 제품이 설 자리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에 1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기존 아이폰5, 아이폰5S 사용자를 흡수한다면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회의적 시각 많아
국내에 5.29인치 갤럭시노트가 출시된 것은 2011년이다. 이후 2~3년 동안 다양한 5인치 이상 패블릿폰이 출시되며 대화면폰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스타일러스 펜을 쓰는 노트시리즈가 아닌 일반 스마트폰도 5.1~5.3인치까지 큰 화면을 쓴다. 2014년 애플이 기존 4인치 전략을 버리고 아이폰6(4.7인치)와 아이폰6플러스(5.5인치)를 선보인 것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애플이 1년 반만에 다시 4인치 제품을 들고 나왔다. 성능은 높이고 가격은 낮췄다. 하지만 큰 화면 제품을 쓰던 사용자가 다시 작은 화면을 쓰기는 쉽지 않다는 게 통신업계 중론이다. 작은 화면에서 큰 화면으로 옮겨가기는 쉽지만 반대 경우를 택하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50만원 초중반(16GB 기준)으로 예상되는 어중간한 가격도 회의적인 배경이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20만~30만원대 중저가폰이 확산일로다. 70만~80만원대 프리미엄 제품과 중저가폰으로 시장이 양분됐다. 50만원대 제품이 설 자리는 좁아졌다.
◇애플 마니아 힘 발휘하나
국내 아이폰 사용자는 300만~400만명으로 추정된다. 한때 250만명까지 줄었지만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아이폰6가 나오면서 국내 점유율이 다시 상승했다. 4인치 아이폰5를 쓰는 고객이 약 100만명이다. 같은 4인치 제품인 아이폰5S 사용자까지 합하면 최대 150만명이 4인치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처럼 애플 신제품이 나오면 몇일 전부터 줄을 서고 국내 경쟁사가 재고털이에 나서는 일은 없다. 하지만 아직 애플 마니아는 건재하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아이폰5 고객 100만명은 아이폰5 구매 당시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성능이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살 수 있다”며 “이미 4인치 제품을 쓰는 고객이기 때문에 아이폰SE로 갈아타는 데도 특별한 불편함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특정 중저가폰이 100만대 이상 팔리기는 쉽지 않다. 아이폰5 고객 모두가 아이폰SE로 바꾸리라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아이폰SE에 대한 적잖은 대기수요는 분명히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이통사, 상황 예의주시
이동통신 3사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존 애플 마니아가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아이폰SE를 소홀히 대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마케팅에 집중하다가는 자칫 재고 부담이 생길 수 있다. 각사 담당자도 아이폰SE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확신을 못하는 눈치다.
이통사 관계자는 “애플이 예약판매 물량을 얼마나 공급했는지를 떠나 예약판매 기간 중에 고객 반응은 생각보다 괜찮았다”며 “현재는 마케팅 부서에서도 그때그때 전략이 달라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예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지원금을 책정하는데도 협의가 길어지고 있다. 지원금은 일단 책정하면 올리기는 쉬워도 낮추기는 어렵다. 단통법 초기 일부 프리미엄폰 지원금이 낮게 책정된 것도 시장상황을 봐 가며 서서히 지원금을 높이려는 전략에서다.
하지만 최근엔 성공가능성이 높은 제품에는 출시 초기부터 많은 지원금을 싣는다. 자칫 경쟁사와 초기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0일 발표 예정인 이통3사 지원금 수준에는 아이폰SE 성공 가능성을 바라보는 각사 속내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