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판 스타트업 규제, 제2의 `홈클` 우려

온오프라인연결(O2O) 서비스 홈클은 청소도우미와 소비자를 모바일로 연결해주며 한 때 잘 나가던 앱이었다. 200명 매니저와 5000여명이 매주 이용하던 서비스다. 하지만 이 회사는 1년여만인 지난 4월 서비스를 접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법제도가 한 몫했다. `선급금 금지`와 `4대보험` 조항이 발목을 잡았다. 직업안정법상 상시고용체계를 유지해야 하는 조건이다. 스타트업으로선 감당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핀테크판 스타트업 규제, 제2의 `홈클` 우려

청년에게 기술과 아이디어, 열정만으로 창업하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높은 규제와 까다로운 진입 요건 탓에 실의에 빠진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최근 빠르게 시장에 진입 중인 핀테크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부터 핀테크를 키우겠다고 규제 개선을 외치고 일부 제도를 수정했다. 하지만 정작 핀테크 업체나 창업자는 여전히 벽이 높다고 토로한다.

핀테크판 스타트업 규제, 제2의 `홈클` 우려

A사 사례가 대표적이다. A사는 신용카드사와 통신사 등에서 적립한 포인트를 모아 투자해주는 사업을 준비 하다 최근 복병을 만났다. 금융감독원에서 한통의 전화를 받은 것. 현행법상으로는 은행만이 여수신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해당 사업이 위법일 수 있다는 경고였다.

규정에 따르면 A사는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최소 자본금 3억원이 소요되는 데다 인적·물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이자를 주는 행위는 할 수 없다. A사 관계자는 “미국 핀테크 업체인 에이콘스나 섬데이도 적은 돈을 모아 투자해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려 해도 높은 규제 탓에 엄두를 낼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실제 미국에서 소액투자는 활발한 핀테크 분야중 하나다.

일례로 에이콘스는 회원이 신용카드 계좌를 연동해두면 결제 금액을 반올림해 결제한 뒤 거스름돈 투자를 대행해 준다. 예를 들어 3.75달러짜리 햄버거를 살 때 4달러를 결제하면 나머지 25센트를 자동으로 펀드에 투자해준다.

핀테크판 스타트업 규제, 제2의 `홈클` 우려

온라인소액투자중개 제도가 마련돼 투자 지분형 크라우드 펀드가 가능하지만 제도권에 진입한 회사조차 불만이 높긴 마찬가지다. 지분형 크라우드 펀드는 개인이나 투자회사로부터 돈을 모아 비상장 기업 투자를 중개하는 업체다. 5억원 자본금 요건에다 자격증을 갖춘 인력과 전산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스타트업에는 높은 진입장벽이다.

소액투자중개업자 자격으로 금융권에 들어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개인투자 한도는 최대 2000만원이다. 이마저도 1억원 이상 소득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일반투자자는 1년에 500만원을 넘을 수 없다. 주식에 투자하지만 회수 시장은 사실상 아직 없다. 기업이 코스닥 등 정규시장에 상장하길 기다려야 한다.

B사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됐지만 투자규모가 제한되고, 주식발행까지 걸리는 소요시간이 길고 회수시장이 아직 없어 관심 만큼 투자자 불만도 많다”며 “여기에 업무마다 신고해야하는 금감원 감독규정까지 맞물려 사업을 왜 한국에서 시작했나 하는 후회마저 든다”고 하소연 했다. 정보보호 이슈도 스타트업이 넘어야 할 산이다. 비식별정보에 한해 금융위원회가 이용을 허용했지만 비식별정보를 모아 빅데이터로 분석할 경우 개인식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반쪽짜리 개인정보 허용에 불과한 셈이다.

현재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한해 허용된 비대면 일임 계약도 핀테크 기업이 당국 눈치만 살피는 문제다. 당국은 로보어드바이저와 자문업에 대해 비대면 일임 계약을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언제 허용이 이뤄질지 알 수 없다. 오프라인식 규제가 온라인 사업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자본 회수는 크라우드펀딩업체의 코넥스 상장 유도와 비상장기업 주식 거래시장인 KOTC 시장 활성화 등으로 가능하다”며 “다만 비대면 일임 계약 허용과 개인투자 확대는 시장에 미칠 영향을 살피며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정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국내 핀테크기업을 대변해 뛰면서 법적 규제와 감독 규정에 묶여 속이 터지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며 “비록 핀테크 기업 사례는 아니지만 홈클 같은 사례가 핀테크에는 더 많다”고 지적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산업 간 충돌과 관련 개인 서비스 향상에 맞춰 법제도를 바꿔야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조 변호사는 “홈클이 사업을 접은 것은 법제도 이해없이 이제 단순 아이디어나 기술만으로 창업을 하기 어려움을 얘기한다”며 “국내 핀테크가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금융당국도 사전규제를 사후규제로 전환하는 등 개인 소비자 편의를 높이는 쪽으로 법제도를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경민 성장기업부(판교)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