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발의된 일명 `롯데법`이 국회 무관심으로 폐기 수순을 밟는다. 여야를 막론하고 롯데법 발의에 관심을 보였던 작년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대기업은 여전히 해외계열사 현황을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거짓 자료를 제출해도 벌금만 물면 된다.
9일 공정위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의된 3개 `롯데법`이 19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전망이다. 2주도 남지 않은 19대 마지막 임시국회 기간 해당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가 열릴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정무위 소속 의원 절반 이상이 20대 국회 입성에 실패하며 법안 처리 추진동력도 상실했다.
롯데는 일본 계열사를 통해 국내 계열사를 지배하며 관련 사실을 공정위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은 해외계열사 현황까지 공시할 의무가 없다. 공정위에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허위 자료를 보내도 `1억원 이하 벌금`만 물면 된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작년 10월 △대기업집단의 해외계열사 현황 공시 의무화 △공정위 자료 제출 거부, 허위 제출시 `총수 2년 이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정위와 협의를 거쳐 내놓은 법안이다.
앞서 지난해 8월 신학용 국민의당 의원은 △대기업집단 해외계열사 현황 공정위에 신고 △대기업집단 상호출자 금지 대상에 해외계열사 포함 등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내놨다.
정부와 여야가 한 목소리로 법 개정을 주장했지만 정작 국회는 8개월이 넘도록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국회 무관심이 법안 폐기로 이어진 것이다. 롯데 사태는 결국 아무런 법·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롯데 역시 아직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공정위가 자료 허위·미제출 사실을 밝혔지만 롯데의 `고의성`을 입증해야 처벌이 가능하다. 공정위는 아직 제재 여부를 검토 중이다.
20대 국회가 문을 열면 관련 법안 재발의가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미 의원들 관심에서 멀어진 사안이라 누가 언제 다시 발의해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공정위는 필요시 정부입법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 해외계열사 공시 등을 담은 법안이 19대 국회를 통과하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며 “20대 국회에서 필요하다면 공정위가 법안을 발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